2012년 1월 25일 수요일

정보의 홍수

 작년에 유럽에 위기가 찾아온 뒤로, 한동안 복지포퓰리즘에 대한 논쟁으로 시끄러웠다. 유럽 위기의 원인이 복지에 있지 않음은 먼저 전문가들 사이에 여론화되었고, 나와 같은 그들의 follower들이 이에 후행했다. 만약 오세훈이 지금까지 서울시장을 하고 있었고, 본인이 서울시 재정을 파탄낸 주제에 지금도 복지포퓰리즘 운운하면서 유럽 위기를 들먹인다면 보다 많은 계층의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살 거라고 생각한다.

 오랫만에 코스피가 1950대를 돌파했다. 몇몇 전문가들이 미국의 경제는 생각보다 견조하다고 말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말이었다. 보다 많은 경제 지표와 보다 많은 전문가들이 시장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갈 무렵, 슬슬 미국 경제의 회복은 미국 주식에 반영되어갔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에 실물 경제의 회복이 눈에 보이기 시작할 것이고, 그제서야 경제의 회복 가능성이 일반 대중 사이에 퍼지지 않을까.

 경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진지 이제 3,4개월쯤 되었다. 최신 정보에 대한 전문가의 분석과 전망을 통해서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는데 도움을 얻고 있다. 몇 달, 몇 일, 몇 시간, 몇 분이라도 남보다 먼저 앞서갈 수 있으면 큰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친구들이 몸담는 연구도, 사업도 마찬가지일거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얼마전 페이스북의 CEO인 Sean Parker는 '대학교에 가지 말고 구글로 공부를 하라.'는 조언을 했다는데, 아예 일리없는 소리는 아니다. 나는 세계적인 학자들이 전하는 최신의 견해를 바로바로 취득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또한 미국의 많은 대학이 많은 강의를 무료로 웹상에 공개하고 있다고 한다. 내 열정과 시간, 능력만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거다.
 참 속상한게, 영어가 정보의 수집이란 측면에서 너무나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나는 영어 실력이 많이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최소한 읽고, 듣는 능력만이라도 좀 더 향상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살 수 있을텐데 말이다.

 여담으로, 재미있는 점은 최근 주가의 상승은 기술적 분석을 통해서도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기술적 분석이라는게 이론적 근거가 탄탄하다기 보다는, 기하학과 같은 수학적 기초 위에 쌓아놓은 경험의 집합과 같은 것인데 참 유용하고, 또 믿을만하더라.

카페와 부동산


1. 카페를 다니게 된 것은 국시 공부를 할 때 도서관이 싫어서 카페에서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은 다음부터이다. 그 뒤로는 카페에 죽치고 앉아서 책을 읽는 된장남이 되버렸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목적으로 방문하는 카페는 거의 스타벅스로 고정되어있다. 무엇보다도 무선인터넷이 가장 잘 터지고, 소파가 편안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가 성공한 데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그 이유는 언제까지고 앉아서 쉴 수 있는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점에서 비슷한 외국 프렌차이즈인 커피빈과 구별되는데, 커피의 맛이나, 메뉴의 수준은 커피빈이 한 수 위(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이지만 커피빈은 결정적으로 딱딱하고 좁은 의자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도 안되고, 콘센트도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교활동의 장소로서 카페를 이용하는 것이지, 커피만을 위해서 카페를 찾지는 않는다.

2.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도 커피 산업과 마찬가지로 몇가지 주요한 점에서 미국과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사전분양제도를 지니고 있다. 건축사는 주택을 건설하기 전에 미리 분양 신청을 받아서 손쉽게 자본금을 확충할 수 있다. 이는 일종의 레버리지로서 건설 산업의 유동성을 풍부하게 해주지만, 그만큼 손쉽게 부동산 시장에 거품을 키울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이 상승기일 때, 너도나도 사전분양시장에 참여하여 부동산 시장의 호황을 가속화했고, 결과적으로 가격이 한계에 다다른 이후에 공급량 초과로 인한 건설사의 대량 부실사태를 낳았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전세 제도도 부동산 시장의 과열에 일조했다. 집이 있는 사람들은 전세를 내주고 목돈을 마련하여 집을 구입했다. 부동산 시장의 상승기에 이는 수지가 맞는 장사였지만, 레버리지의 결과로 증가한 부채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지금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출금은 100% 상환되어야만 한다. 미국에서 모기지 대출을 받은 가정이 대출을 상환할 수 없게 되면, 은행은 주택을 압류하고 남은 대출을 포기해야만 한다. 이러한 제도는 미국의 서민들에게 대출에 대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가져왔고, 서브프라임 위기 당시 빠르게 은행권의 재정을 악화시켰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출한 금액의 상환을 손쉽게 포기(default)할 수 없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심각한 연쇄 반응을 일으킬 위험성은 적다.
 하지만 이는 결국 부동산 시장의 디레버리징(deleveraging) 과정이 서민의 삶에 장기적인 위축(recession)을 가져올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가계부채가 은행권에 전이되면 금융시장의 심각한 위기를 불러올 수 있으나, 미국이 위기 동안에 시도한 바 있는 공적 자금 투입과 같은 방법을 동원할 수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결코 이와 같은 방식으로 해결될 수가 없다.
결국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1000조는 1) 부동산 가격이 재상승하거나, 2) 가계소득이 증가해야만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둘 모두 당장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작년부터 적극적인 대출 규제에 나서고 있고, 세계 경제 위기로 불확실성이 증가된 상황이다. 게다가 전에도 밝혔듯이,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은 여전히 너무 비싸다.
 결론적으로 아직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묘하게도, 부동산 시장의 위축은 부유층보단 서민에게 더욱 큰 위협이 된다. 부동산 매매의 시장이 침체되면, 자연히 전세시장이 과열되고, 이는 월세값의 상승과 중소형 아파트의 매매가 상승을 낳는다. 근본적으로 부동산 시장은 아무리 위축되어도 일정 수준의 수요가 존재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서민의 가계대출을 늘리는 악순환을 낳을지도 모른다.

 부동산 경기에 대해서도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한다. 낙관론은 중대형 아파트의 매수 시기가 지금이라 말하기도 한다. 부동산 시장이 앞으로 얼마나 더 조정기를 가질지, 지금이 바닥일지, 더 심각한 폭락이 발생하진 않을지 나는 알 수 없다.
 허나, 올해의 세계 경제 상황과 가계부채 수준을 고려해볼 때, 1) 최악의 경우에 심각한 경제 위기가 찾아오면, 가계의 부실화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hard landing)할 가능성이 있다. 2) 세계 경제 상황이 안정되더라도, 금리를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이미 취약한 가계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나로서는 지금 당장 부동산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목돈이 있다고 해도, 적어도 금리 인상 타이밍까지는 보수적으로 시장을 지켜볼 것 같다.

2012년 1월 17일 화요일

흑룡의 전망(2)

 올 한 해 우리나라 경제상황에 대한 전망은 대부분 부정적으로 보인다. 물론 그 원인은 세계경제의 불황으로 수출여건이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수라도 건실해야 할텐데 이게 그렇지가 못하다. 물가 급등, 부동산 시장의 침체, 양극화의 심화 등이 그 원인이다.

 물가의 급등에 대해서는 1) 공급 측면의 비용(cost)과 2) 환율 정책, 3) 세계경제의 위기가 모두 악영향을 미쳤다. 비용면에서는 각종 원자재와 식료품의 상승이 문제였는데, 특히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친 것은 이 부분이다.  솔직히 재수도 없었다. 그 외 유럽사태를 기점으로 달러가치가 급등하면서 이 역시 물가에 안좋게 작용했다.
 물가 급등은 엥겔 지수를 높이고, 서민 생활에 큰 악재로 작용한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의 고환율 정책은 확실히 물가상승의 부담을 가중한 측면이 있다. 물가 급등에 정책적인 책임이 있다면, 이는 비용 측면의 악재를 넘어서 물가 급등이 지속성을 띨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부동산 시장은 공급 과잉의 부작용이 이어져 매매시장에 침체가 장기화되었고, 이는 전세 급등으로 이어졌다. 구체적으로 수도권의 전세가격은 2010년도 대비 10%이상 상승했다. 이는 다방면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무엇보다 가계부채가 작년말 900조를 돌파했고 올 해 안에 1000조를 돌파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GDP대비 100%, 가처분소득 대비 150%에 이른다. 이는 대부분 부동산 시장의 침체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한 진짜 문제는 가계부채의 질이다. 뒤늦게 시도되는 대출억제는 풍선효과를 일으켜 제2, 제3 금융권으로 서민들을 몰아내고 있고, 대부분의 가계부채가 부동산 시장에 의지하고 있어서 회복이 요원하다. 작년 말에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글을 쓴 바가 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그만큼 정부가 가계부채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가계부채가 해결되려면 근본적으로 1)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것과 2) 서민이 더 부유해지는 것이 필요할텐데 두 가지 모두 현재로서는 요원해보인다.

 우선 부동산 시장의 불황은 한동안 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여전히 내 주위에 부동산 가격이 적절하다 여기는 이가 한 명도 없다는 게 이를 반증한다. 선진국의 GDP대비 부동산 가격이 대체로 2배 정도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3배이다. 수도권 집중 현상을 고려하면 실제 가격 부담은 이보다 더할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놀라운 인구 과밀(우리나라의 면적대비 인구수는 중국보다 훨씬 많다)을 고려해야겠지만, 최소한 부동산에 대한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사실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세값의 안정화라도 이룩해야할텐데, 현재 정부의 정책방향도 이것이 아닌가 싶다.

 양극화의 문제점은 부인하기 힘들만큼 가시화된 상황이다. 무엇보다 고용률의 문제가 있는데, 낮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고용률이 무척 낮다는 점은 그만큼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음을 의미한다. 개인적으로는 구조적인 문제가 크다고 여겨진다. 특히 고용률의 질에 있어서, 청년층의 고용률이 OECD 34개국 가운데 29위로 매우 낮다는 점은 문제이다. 게다가 고용의 질은 더욱 안좋다. 비정규직이 최대 600만명에 달한다는 조사도 나오는데, 이들과 정규직 간에 처우는 물론이고, 임금격차도 OECD 3위로 아주 높은 수준이다.

 아무튼 경제 전문가의 예상은 늘 틀린다는 농담도 있지만, 올해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예측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어느정도 일치하는 것 같다. 김광진은 특히 자동차 내구재 지표가 안좋아지는 점을 그 근거로 들고 있는데, 그 근거가 옳다면 시장은 이미 이를 반영해가고 있다. 정부는 예산 집행 가운데  60% 가량을 조기집행할 계획이다. 선거 이전에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의도도 있겠으나, 그만큼 선제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흑룡의 전망(1)

 엊그재 S&P가 프랑스를 포함한 유로존 9개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했고, 어제는 EFSF가 추가 강등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당일 (이전보다) 안정된 금리 하에 단기국채 판매에 성공했고, 증권시장에도 유럽과 세계 각국에 별다른 충격이 없었다는 것이다.
 불확실성과 위험은 다르다. 예측가능한 위험은 경제의 위축(recession)은 불러올 수 있지만, 공황(panic)을 일으키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유럽 악재는 올 초를 견디면 상당부분 희석될 수 있지 않을까?

 작년 연말부터 올초까지 몇몇 매체(blog, 라디오, 뉴스 등)를 통해서 올해의 경제에 대한 다양한 전망을 접하고 있는데, 어쨌든 대세가 되고 있는 주장은 '선약 후강'이다. 그 근거 가운데 하나인 세계경제의 전망은 대체로 유럽은 불황, 미국은 개선, 신흥국(특히 중국)은 의견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1. '위기 경제학'은 예상보다 훨씬 온건하고 세심한 책이었다. 다소 극단적인 pessimist로 보여지는 것과는 달리 Nouriel Roubini는 외모만큼 차가운 이성에 근거해서 폭넓은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Roubini는 2006년도 9월 IMF 강당에서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를 예견한 것으로 유명한데, 특히 놀라운 것은 그 예측의 디테일이다. 주택시장 붕괴, 오일쇼크, 소비경기 위축, 전세계적 동조화와 장기적인 경기침체는 이후 실제로 발생한 위기 상황과 너무나 맞아떨어진다.

미국의 위기가 유럽으로 전염된 이후, Roubini는 유로존의 붕괴에 무게를 두고 여전히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더 나아가서 2013년에 전세계에 퍼펙트 스톰이 올거라 말할 정도이니 말 다했다. Roubini는 남유럽 몇몇 국가들이 유로존을 탈퇴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자, 가능성있는 일이라 말하고 있다. (Jim Roger도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일부 남유럽 국가들의 유로존 탈퇴가 중장기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가져다줄 단기적인 충격을 감안하면 그다지 좋은 시나리오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충분한 자기자본금 확충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탈퇴가 아니라면, 또다른 불확실성을 시장에 키워주는 결과가 될 수도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독일이 그리스의 탈퇴를 원치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만약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원치 않는 일일 가능성이 크고, 그만큼 유로존에 대한 신뢰를 깨뜨리고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생각된다. 현재로서는 Roubini의 전망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나만의 근거.

 어쨌든 유럽의 경우, 1월말 회의, 2월-4월까지 몰려있는 이탈리아 국채 만기가 아마도 위기의 분수령이라는 전망이다.

2. 미국의 지표는 작년 말부터 개선되기 시작했다. 홀리데이 시즌을 맞이하여,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고용지표가 크게 호조를 보였고, 재고 판매가 증가하면서 특히 자산의 성격을 지니는 자동차의 판매가 나아졌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주택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미국은 유럽과 점점 탈동조화가 진행되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이에 대하여 경제학자들은 보다 보수적으로, (몇몇) 투자자들은 보다 낙관적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3. 중국에 대해서 대표적인 비관론자로는 역시 Roubini를 들 수 있겠고, 최근에 Krugman도 비관론자의 대열에 합류했다. 공통적으로 제시되는 이유는 과도한 수출중심 성장 시스템, 그로 인한 경상수지 불균형과 자산가치 폭등일 것이다. 한마디로 중국의 경제기초여건을 바탕으로 고려해볼 때 현재의 성장률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라는 것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버블과 물가폭등 때문에 긴축기조를 유지한 중국정부가 최근 슬슬 이완기조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잘 관리된 성장'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12월 경제지표도 예상을 상회했고, 고정자산 투자도 한층 안정되고 있다. 문제가 표면에 드러나기 이전에 제시되고 있는 위기설을 보고 있노라니, 향후 중국 경제의 진행방향이 궁금하다.

 결국 '선약 후강'을 말하는 이들은, 유럽의 문제점이 단기적으로 해소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미국의 호재가 올 한 해 세계경제를 지탱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이야기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2012년 1월 15일 일요일

덕의 지혜


 '프로타고라스'에서 소크라테스와 프로타고라스는 덕을 가르칠 수 있는가 라는 주제로 담론한다. 이 대화편은 알쏭달쏭한 결론으로 끝을 맺지만, 결국에 이를 집필한 플라톤은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러했듯) 덕이란 지성을 통해 가르치고 훈련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입을 통해 플라톤이 주장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자발적으로(알면서) 잘못을 행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언뜻 생각하기에, 덕이란 마치 성격과 같이 생각되어지고, 타고난 천성같기도 하다. 사실 나조차도, 불과 얼마 전까지 이 생각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와 생각하기에, 이 명제는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진리에 부합하는 것 같다.

 인간 관계에 있어서 겪게되는 많은 문제들은 사실상 모두 가치판단의 요소를 포함하고있다. 또한 많은 경우에 보다 '올바른' 판단이 보다 '선호'되는 판단과 불일치한다. 이는 우리가 인성적인 문제로 여기는 것들도, 사실은 지적인 문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지성은 물론, 감정을 제어하고 통제하는 능력도 포함하는 것이다.

 물론 덕은 분명 성격의 발현일 것이다. 격정적인 사람과, 참을성이 많은 사람은 같은 상황 하에서 각자의 감정적인 '선호'가 다를 것이고, 이는 판단에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또한 덕은 문화의 반영이기도 하다. 나와 아마존 원주민의 덕은 분명히 아주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덕이란 훈련되어질 수 있는 것이고, 마땅히 훈련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뱃생활을 하다보면 어처구니 없는 경우를 꽤 목격하곤 한다. 가령 쓰레기를 쉽게 바다에 버리는 행위, 근무 중 태연하게 음주를 하는 행위 등의 심각한 문제도 있고, 공무원이나 뱃사람들이 공중보건의에게 초면에 반말을 한다거나 하는 사소한 문제도 있다. 이것이 타고난 천성의 문제만은 아닐거다. 배움의 문제, 교양의 문제라고 보아야 옳다.

 남녀관계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성립한다. 이런저런 이성을 만나다보면,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인생역전 -그러니까 여자가 자기보다 뛰어난 남성을 꼬셔서 팔자를 고치는 일- 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움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이 애초에 그런 뛰어난 남성을 알아보는 안목도 모자라거니와, 설령 알아보고 꼬시려고 해도 자기의 부족한 덕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결혼이라는 일생에 한 번뿐인 중대사의 결정은 매우 신중하여, 좀처럼 인생역전은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수준에 맞는' 결혼을 하게 된다는 말이다. 여기서의 수준이란 단지 경제력 등의 외적인 수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교양이나 덕으로 함축할 수 있는 내적인 수준이 더욱 극복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사실 이러한 결론은, 나에게 조금 무서운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논의를 거듭하다보면, 잘못된 엘리트 의식으로 생각이 발전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그것은 유혹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나는 이에 못지않게 썩어빠진 기득권을 목도하고 있다. 그들의 지성이란 단지 편협하고, 야만적인 본능의 노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회적 성공을 위한 지성 혹은 이를 획득하는 잠재력 -구체적으로 운동, 예술, 논리 능력 등- 은 덕의 함양 능력과 관련은 있겠으나, 일치하지는 않는다. 사회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덕이 부족한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바로 이 점이 플라톤의 주장이 정답이기도 하지만, 오답이기도 한 이유일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현명한 여자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혼자서 하고 있다..

2012년 1월 7일 토요일

Be Tired

1. 다시 작년 여름처럼 주말에 바빠질 것 같다. 조금 일했다고 힘들어서 하루종일 집에서 빈둥거렸다. 서른을 목전에 둔 나이가 되었는데, 삶이 참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물론 삶이 만만하다면 그만큼 재미도 없겠지만 가끔은 중압감을 느끼기도 한다.
 책에 열중할 때 가장 행복하다. 히지만 솔직히 말해서 딱 재미있을 만큼만 읽는 것 같다. 좀 더 힘들만큼, 나를 다독여가며 책을 읽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편하다는 공중보건의 생활을 하면서도, 나를 위한 시간을 그다지 많이 만들지 못하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너무 근면하지 못하다. 대학시절에도 친구들과 똑같이 공부를 시작해도 가장 먼저 나가떨어지곤 했다. 그래서 내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보내고, 또 금방 지치곤 하는 것 같다.

2. 주식이 무척 재미있다. 수익창출이라는 측면 외에도, 그 자체만으로 너무 재미있는 게임이라서 조심해야 하는 것 같다. 실패한 거래를 돌이켜보기도 한다. 합리적인 판단 하에 내린 결정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더라도 후회되지 않는 반면, 잘못된 판단 내지는 감정에 패배한 결정은 특히 그것이 실패로 이어졌을 경우 많이 후회하게 된다. 무엇보다 순간적인 대응을 잘 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 어쨌든 '꿈을 쫒는 개미'가 되고 있는 건 확실하다.

2012년 1월 1일 일요일

작년의 책.

 작년에 읽은 책들을 정리해보았다. 몇 권 안된다. 대부분의 책을 여러번 읽었기 때문이라 핑계를 대겠다.  새로 읽은 책 9권, 다시 읽은 책 7권 정도네.

세속의 철학자들/로버트 L. 하일브로너 저/장상환 역/이마고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센델 저/이창신 역/김영사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알랭 드 보통 저/정영목 역/청미래
위기 경제학/누리엘 루비니, 스티브 미흠 저/허익준 역/청림출판
불황의 경제학/폴 크루그먼 저/안진환 저/세종서적
하버드 경제학/천진 저/최지희 역/에쎄
촘스키, 러셀을 말하다/노암 촘스키 저/장영준 역/시대의창
행동 경제학/도모노 노리오 저/이명희 역/지형
금융시장의 기술적 분석/존 J 머피 저/최용석 역/국일증권경제연구소

좀머 씨 이야기/파트리크 쥐스킨트 저/유혜자 역/열린책들
깊이에의 강요/파트리크 쥐스킨트 저/김인순 역/열린책들
무엇을 믿을 것인가/움베르토 에코 저/이세욱 역/열린책들
결혼과 성/버트런드 러셀 저/김영철 역/간디서원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버트런드 러셀 저/송은경 역/사회평론
게으름에 대한 찬양/버트런드 러셀 저/송은경 역/사회평론
우리는 합리적 사고를 포기했는가/버트런드 러셀 저/김경숙 역/푸른숲

 오늘 새로 4권의 책을 주문했다. 남은 1권과 더하여 올해 초 읽게 될 것들이다.

괴짜 경제학/스티븐 레빗, 스티븐 더브너 저/안진환 역/웅진지식하우스
슈퍼 괴짜 경제학/스티븐 레빗 저/안진환 역/웅진지식하우스
러셀의 교육론/버트런드 러셀 저/안인희 역/서광사
왜 도덕인가?/마이클 센델  저/안진환, 이수경 역/한국경제신문
버핏/로저 로웬스타인 저/김기준 외 1명 역/리더스북

흑룡의 해.



 2012년 1월 1일이다. 한 해를 보내고 한 해를 맞이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는 건 한편 바보같지만, 한편 인간적이다.

  2011년에 국가고시를 패스했고, 훈련소를 다녀왔고, 첫 직장을 얻었다. 처음 계약서를 썼고, 처음 강의를 했고, 처음 주식시장에 참여했다. 연애를 했고, 실패했다. 운동을 게을리했다. 영어의 필요성을 느꼈다.
 올해는 지역을 옮긴 다음에 전공 공부를 해볼까 한다. 다시 운동을 열심히 하고 싶다. 외모를 꾸미고 옷을 입는 것도 좀 더 신경쓰려 한다. 영어 공부도 해봐야지.

 아, 블로그를 활성화시키고 싶은데 참 쉽지 않다. 구글에 만든 게 실수였던 것 같기도 하다. 잦은 해외 출장 덕에 대전 생활을 1년 더 하게 생긴 비운의 김 모군은 내게 좀 더 자극적인 글을 쓰라고 권하던데 음. 사실 내가 성질대로 글을 쓰면 (몇몇 이들에게) 더 인기를 끌거 같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