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17일 화요일

흑룡의 전망(1)

 엊그재 S&P가 프랑스를 포함한 유로존 9개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했고, 어제는 EFSF가 추가 강등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당일 (이전보다) 안정된 금리 하에 단기국채 판매에 성공했고, 증권시장에도 유럽과 세계 각국에 별다른 충격이 없었다는 것이다.
 불확실성과 위험은 다르다. 예측가능한 위험은 경제의 위축(recession)은 불러올 수 있지만, 공황(panic)을 일으키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유럽 악재는 올 초를 견디면 상당부분 희석될 수 있지 않을까?

 작년 연말부터 올초까지 몇몇 매체(blog, 라디오, 뉴스 등)를 통해서 올해의 경제에 대한 다양한 전망을 접하고 있는데, 어쨌든 대세가 되고 있는 주장은 '선약 후강'이다. 그 근거 가운데 하나인 세계경제의 전망은 대체로 유럽은 불황, 미국은 개선, 신흥국(특히 중국)은 의견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1. '위기 경제학'은 예상보다 훨씬 온건하고 세심한 책이었다. 다소 극단적인 pessimist로 보여지는 것과는 달리 Nouriel Roubini는 외모만큼 차가운 이성에 근거해서 폭넓은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Roubini는 2006년도 9월 IMF 강당에서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를 예견한 것으로 유명한데, 특히 놀라운 것은 그 예측의 디테일이다. 주택시장 붕괴, 오일쇼크, 소비경기 위축, 전세계적 동조화와 장기적인 경기침체는 이후 실제로 발생한 위기 상황과 너무나 맞아떨어진다.

미국의 위기가 유럽으로 전염된 이후, Roubini는 유로존의 붕괴에 무게를 두고 여전히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더 나아가서 2013년에 전세계에 퍼펙트 스톰이 올거라 말할 정도이니 말 다했다. Roubini는 남유럽 몇몇 국가들이 유로존을 탈퇴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자, 가능성있는 일이라 말하고 있다. (Jim Roger도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일부 남유럽 국가들의 유로존 탈퇴가 중장기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가져다줄 단기적인 충격을 감안하면 그다지 좋은 시나리오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충분한 자기자본금 확충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탈퇴가 아니라면, 또다른 불확실성을 시장에 키워주는 결과가 될 수도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독일이 그리스의 탈퇴를 원치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만약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원치 않는 일일 가능성이 크고, 그만큼 유로존에 대한 신뢰를 깨뜨리고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생각된다. 현재로서는 Roubini의 전망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나만의 근거.

 어쨌든 유럽의 경우, 1월말 회의, 2월-4월까지 몰려있는 이탈리아 국채 만기가 아마도 위기의 분수령이라는 전망이다.

2. 미국의 지표는 작년 말부터 개선되기 시작했다. 홀리데이 시즌을 맞이하여,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고용지표가 크게 호조를 보였고, 재고 판매가 증가하면서 특히 자산의 성격을 지니는 자동차의 판매가 나아졌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주택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미국은 유럽과 점점 탈동조화가 진행되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이에 대하여 경제학자들은 보다 보수적으로, (몇몇) 투자자들은 보다 낙관적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3. 중국에 대해서 대표적인 비관론자로는 역시 Roubini를 들 수 있겠고, 최근에 Krugman도 비관론자의 대열에 합류했다. 공통적으로 제시되는 이유는 과도한 수출중심 성장 시스템, 그로 인한 경상수지 불균형과 자산가치 폭등일 것이다. 한마디로 중국의 경제기초여건을 바탕으로 고려해볼 때 현재의 성장률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라는 것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버블과 물가폭등 때문에 긴축기조를 유지한 중국정부가 최근 슬슬 이완기조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잘 관리된 성장'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12월 경제지표도 예상을 상회했고, 고정자산 투자도 한층 안정되고 있다. 문제가 표면에 드러나기 이전에 제시되고 있는 위기설을 보고 있노라니, 향후 중국 경제의 진행방향이 궁금하다.

 결국 '선약 후강'을 말하는 이들은, 유럽의 문제점이 단기적으로 해소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미국의 호재가 올 한 해 세계경제를 지탱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이야기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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