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6일 토요일

낯선 사람들의 가치

 요즘 탑밴드2를 무척 재미있게 보고있다. 밴드생활을 오랫동안 했었기에 그들의 문화가 이해되고, 그들이 하는 음악도 친숙하다. 좋아할 수 밖에 없는 프로이다. 매주 아주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팀들을 발견하고 놀란다. 그들의 실력에 우선 놀라고, 그럼에도 그들이 오디션 프로에 출연해야 할만큼 인기가 없다는 데에 놀란다.

1a.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지금의 대중가요 차트는 음악의 실제 가치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을 것이다. 시장이 결국은 효율적이라면, 언젠가 대중가요 차트는 음악의 실제 가치를 정확히 반영할 것이다.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내가 탑밴드2에 출연하는 밴드들의 가치를 잘못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저들이 인기가 없는 것은, 그만큼 저들의 가치가 낮기 때문일 것이다. 시장이 결국은 효율적이라면, 긴 세월이 지나 되돌아보면 밴드음악이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큰 인기를 누리던 시절도 존재할지 모른다.

1b. '낯선 사람들'이라는 팀은 고찬용이라는 유재하 경연대회 출신 작곡가를 중심으로 짜여진 90년대 초 보컬 그룹이다. 이들은 당시 대중음악계에 드물었던 재즈와 아카펠라를 수준높은 완성도로 들려주었다. 불세출의 보컬 이소라를 배출하기도 했고. '낯선 사람들'의 1,2집은 지금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국내 음반들 중 하나다.
 최근 이 팀의 리더였던 고찬용이 솔로2집을 발표했다. 기억하는 이가 드문 뮤지션임에도, 매니아들의 반응은 뜨겁다. 매니아들은 고찬용이 대중적인 인기가 적다고, 그의 음악이 낮은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낯선 사람들'의 화성과 멜로디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음악을 '아는' 이들은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그래, 음악에는 그 자체의 가치가 존재하는 것 같아.

2. 시장이 결국은 효율적이래도, 대체 언제 시장이 밴드들의 가치를 알아볼지 알 수 없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제약이 균형잡힌 효율성을 달성하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는 것 같다. 그게 아니라도, 음악의 가치를 시장 가치로 정확히 바꾸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음악이 가지는 '가치'란 무엇일까. 고급스런 화성? 아니면 어려운 장르나, 신선한 멜로디? 가치란 정의하기 힘든 것이다. 어쩌면 고찬용의 신보에 대한 매니아들의 찬사는 그들의 허영심일지도 모르지.

 생각해보니 나는, 음악에는 내재된 '가치'가 존재한다고 믿고 살아온 것 같다. 더 좋고, 더 수준 높은 음악이 존재하고, 이를 소비하고, 제대로 평가하려면 더 높은 소양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가치란 것이 절대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고, 참 막연하다는 생각은 한다. 어쨌든 세상에는 정답이 없는 문제가 너무 많다.

3. 낯선 사람들 2집 가운데 좋아하는 곡. 이소라 후임으로 영입되었던 차은주가 불렀다.
이런 멜로디의 발라드는 흔치 않다고 생각한다.



내게 그댄
- 낯선 사람들

오 나의 꿈속의 그대는 떠나 볼 수 없는 먼 곳에 머물러 있어요
다시 그대를 본다면 난 그대에게 말할 걸 너무 그리웠어

언제부턴가 그댈 바라보고 있는 나를 그대도 알고 있었나요
내 마음을 이제 더 이상 이런 내 마음을 숨길 수 없어요
천천히 그대에게 다가가는 날 받아줘

내게 그댄 그 어떤 좋은 것 보다도 커다란 의미인걸
하지만 난 그대 마음 모르는 채 여기 혼자있죠
이제 그대여 내게 사랑한다 말해줘요

그 때 그댈 바라보고 있던 나를 그대도 알고 있었나요
내 마음을 이제 더 이상 이런 내 마음을 숨길 수 없어요
천천히 그대에게 다가가는 날 받아줘

2012년 5월 21일 월요일

이모저모

1a. 한-EU FTA의 결과를 시행한지 1년도 안 된 지금 단정지을 순 없겠지만, 현재까지 그 성과는 기대 이하인 것 같다. 물론 유럽위기때문이겠지만 우리 내부의 문제점도 존재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담합이다. 솔직히 말해서, 담합은 외부자의 감시로 통제되기 어렵다고 봐야 옳은 것 같다. 그래도 요새는 정부도 '인터넷 상거래 활성화'라는 신무기를 휘두를 수 있게 되었다. 최근 정유 문제도 그렇고, 기술이 얼마나 인류사회에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실감한다.

1b. 한-EU FTA의 가장 놀라운 효과 가운데 하나가 현대와 기아차의 놀라운 실적향상이다. FTA 이후 유럽산 수입차의 국내 판매실적 향상은 현대와 기아차가 유럽에서 거둔 그것에 못미친다. 몇년 전과 비교하여 놀랄만큼 유럽산 수입차를 자주 보게 된 요즘이라서 직관에 반하는 현실이 놀랍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이야기지.

2. 부동산 대책이 끊임없이 발표되고 있다. 하지만 효과가 없고, 부작용만 커보인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건 경기는 나쁘고, 가계 빚은 많은데 집값은 여전히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전에 언급했듯, 대책은 두 가지다. 1) 가계 빚이 연착륙하는 것과 2) 부동산 가격이 매력적인 수준으로 하락하는 것. 지금의 정책은 둘 중 무엇도 이룩할 수 없어보인다.
 가계부채 문제로 금융정책은 서민 대출의 규제로 초점이 맞춰져있는데, 부동산정책은 다주택 보유자의 거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놓고 계속해서 투기하기에 유리한 정책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좋게 말하면 기재부가 여전히 공급주의 시각에서 정책을 짜는 것으로 보이고, 심하게 말하면 이건 무슨 부유층을 위한 출구전략같다. 중산층이 무너져서 미래 전망이 어두운 이상 부동산 거래가 살아날 수 없다. 왜 5.10 대책 이후 가격이 오히려 하락할까? 매도 물량만 증가하고, 매수 물량은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엉망이다.

3a.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어 한동안 시끄럽다 잠잠해졌다. 나는 한미 FTA, 광우병 파동, 제주도 해군기지 등에 연루되는 이념론이 싫다. 본질을 흐리기 때문인데, 요즘 NL이 한창 시끄럽지만 그와는 별개로 광우병에 관한 정부의 태도는 문제가 많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소고기 협상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을 중단하기 위해서는 미국산 소고기의 품질에 문제가 있음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어야만 한다. 왜 정부가 수입 중단은 물론, 검역 중단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는지 알 수 있다.

3b. 광우병 소가 발견된 이후 수입을 중단하지 않은 곳은 일본, 유럽, 캐나다 등이다. 이중 유럽은 원래 미국산 소고기를 거의 수입하지 않고, 캐나다는 자국 소고기도 광우병 문제를 안고 있다. 일본은 까다로운 협상으로 미국 정부가 품질을 보장하는 20개월 미만 소고기만 수입하고 있다.

4. 통합진보당은 본래 잘될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다. 전부터 말했지만, 민주통합당은 야권 통합을 더 사소히 여겨도 된다. 문재인과 안철수가 곧 대권 선언을 하게 될 것 같은데, 이 둘의 통합이 백배는 더 중요하다.

5. 얼마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한치과의사협회에게 유디 치과의 영업을 방해한다는 죄목으로 과징금 5억원을 부과했다. 사실 치과계에 대해 할 말이 많지만 이야기하기 쉽지않다. 거칠게 말하자면 정부도, 의료계도 의료 정책에 관한 두 가지 상반되는 입장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다이나믹 코리아에서 공중보건의로 지내다보면 생각이 참 많아진다.

2012년 5월 11일 금요일

현실과의 타협


 개인적으로 문과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사실 내 인맥은 이과인으로 편중되어 있다. 그래서 문과인의 이슈도, 그들의 사고방식도, 그들의 문화도 궁금하다. 아무튼 이런저런 웹서핑을 하다보면, 문과인들 사이에 철학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을 비판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또한 어려운 글쓰기에 대한 비판도 접한 적이 있다. 둘다 공감이 간다.

1. 철학은 관념론이 우세하던 시절 이후로 점점 현실과 동떨어지기 시작했다. 데카르트의 제1원리가 코기토(cogito)를 강조한 이후부터 철학은 아(我)라는 주제에 심취했다. 여기에는 통일성과 명징함을 갖춘 철학을 완성하고자 하는 욕망도 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후의 철학자들은 주관적인 경험에 집중했지만, 흄은 자아 뿐만 아니라, 경험마저 미지의 영역으로 날려버린다. 흄이 철학에 가한 상처를 치료하고자 흄에 반박하려던 시도들은 번번히 실패했고, 철학자들은 감정에 호소하는 낭만과 비이성의 세계로 피신할 수 밖에 없었다.
 감성의 철학이 사회에 미친 파괴적인 결과에 대항하고자, 다시금 이성을 중시하는 논리적 분석철학이 발전해왔지만, 이들은 현실에 대하여 이전 철학자들과 같은 영향력을 미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버트런드 러셀도, 비트겐슈타인도 그들의 사회활동과 과학적 태도가 그들의 전문적인 철학보다 시대에 미친 영향력이 훨씬 큰 것이다.

 대륙의 철학이 현실과 동떨어지는 동안, 영국의 철학은 로크의 사회계약론으로부터 공리주의에 이르기까지 늘 사회와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인식에 대한 철학이 점점 사회란 존재를 모호하게 만들어가고 있는 마당에, 이는 조금 비합리적인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비합리성 덕분에 이들 철학은 건전함을 잃지 않았다. 영국의 철학은 신대륙을 발견하며, 새로운 희망과 사회발전의 꿈을 키워갔다. 벤담과 애덤 스미스가 똑같이 '이기적 인간'을 이야기했고, 공리주의와 자유시장경제가 더불어 탄생했다는 것, 요즘 미국에서 평등에 대한 욕구와 함께 롤스와 듀이가 다시금 부활하는 것을 보면 아(我)가 아닌, 사회에 주목하는 이들의 철학은 여전히 현실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철학사를 돌이켜보면, 철학이 살아있으려면 현실에 주목해야만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학술적인 성취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되지 않을까. 그러고보면 학계에 남아 이학을 연구하는 지인들이 참 많은데, 공학만 되도 조금은 낫지만 이학은 참 현실과 동떨어진 연구가 많다. 다들 더 좋은 학술지에 논문내려고 열심히들인데, 그들만의 리그같기도 하지만 그런 현실적인 목표마저 없으면 연구할 맛이 안나겠지. 현실과 밀고 당기기를 잘 해야만 하는 게 범생이들의 인생이다.

2. 글쓰기에 대하여 정말 좋은 책을 추천받은 적이 있는데 바보같이 잊어버렸다. 에릭 시걸의 글이었던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서 판매되지는 않는 것 같네. 어쨌든 큰 줄기는 명징했다. 지나치게 긴 문장, 불필요하게 낯선 어휘가 가득한 글은 허식(虛飾)에 불과하다는 것.

 좋은 글쓰기가 나의 인생에서 취미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는 힘들겠지만, 이왕이면 좋은 글을 쓰고 싶다. 위의 잣대를 적용했을 때, 내 글은 너무 부족하다. 특히 어제 포스팅이 무척 마음에 안드는데, 조금 친절하게 고쳐보았지만 쉽지않다. 마음에 들지가 않어. 쓸데없이 어렵게 쓰여진 책을 비난하는 것은 참 쉬웠는데 말이지.

 나름 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한동안 열심히 책도 읽고, 생각도 했었는데, 지나고보면 남은 건 블로그 몇 번 포스팅할 어치의 지식 뿐인 것도 같다. 요약하면 별 것도 아닌 내용들. 내가 너무 좋은 글을 쓴다면, 내 지식을 타인에게 거져 주는 셈이니 그런 점에선 부족한 글솜씨와 인기없는 블로그도 나쁘지 않구나. 이것도 현실과의 타협인 것 같다.

(2013.5.26 철학의 역사를 되짚는 견해가 바뀌어서 글을 새로이 고침)

2012년 5월 10일 목요일

자유의지와 두 개의 시계




1. 자유의지라는 개념이 언제부터 등장했는지는 가물하지만 이는 기독교에서 특히 중요한 개념이다. 아마 자유의지가 없었다면 인간은 에덴의 동산에서 선악과를 따먹지도 못했을거다. 기독교에서 우주는 인간과 환경으로 구분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은 조물주에 의해 특별히 자유의지를 부여받은 신성한 존재이다. 그리고 다른 만물은 인간과 달리 창조되었다. 다른 동물은 마치 생동(生動)하는 기계와 같은 것이다.

 중세기를 거치며 발달한 자연과학은 자유의지(영혼)의 개념과 충돌했다. 과학적인 관찰은 인간도 다른 만물처럼 물리법칙에 따른다고 말하고 있는데, 자유의지가 대체 어디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중세기 이후의 자연과학자들에게 이는 어려운 숙제였다. 인간에게 영혼이 존재함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영혼이 대체 어떻게 인간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가령, 데카르트는 영혼이 뇌에 있는 송과선(pineal gland, 松果腺)에 머무르며 이를 통해서 육신과 교류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다. 사과를 들어올린다고 가정해보자. 사과와 같은 형이하학(形而下學)적인 존재는 물리법칙에 따라 움직이는데, 인간의 영혼은 이 물리작용에 개입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영혼이 존재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 인간도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기계에 불과한게 아닐까?

 여기서 절망한 기독철학자들을 구원한 개념이 '두 개의 시계'이다. 신체와 영혼은 각기 다른 두 개의 시계와 같고, 두 시계가 똑같은 시간을 가리키듯 둘은 정확히 동일하게 작동한다. 나의 영혼이 사과를 들고자 할 때, 신체는 자연과학의 법칙에 따라 사과를 든다. 영혼이 신체에 영향을 미친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두 시계의 시간이 일치하듯이, 둘이 우연히도 일치할 따름이다. 이 개념은 자유의지가 과학법칙과 공존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어떠한 모순도 찾을 수 없다. 과학법칙은 여전히 인간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지만, 자유의지도 여전히 살아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말이지 이상한 이론이다. 시계처럼 자연법칙과 동일하게 작동할 따름이라면 자유의지가 있어서 무얼한단 말인가? 아니 이게 어디가 자유(free)란 말인가?

2. '두 개의 시계'는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졌다. 신에게 축복받은 자유로운 인간을 그리던 낭만의 시대는 저물었다. 생물학과 신경뇌과학 등이 발달하면서 뇌가 우리의 신체를 조종한다는 것이 보편화되었다. 그리고 뇌는 물리학, 화학의 영역인 각종 전기적인 신호와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조절된다. 철학사에 있어서 유물론과 관념론의 다툼은 참 오래된 것이지만, 오늘날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쨌든 유물론에 훨씬 가까워보이는 것 같다.
 그럼에도 내가 자유의지를 우습게 치부하고 무시하기 힘든게, 이게 나의 직관과 잘 일치하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손가락을 하나 까딱해보는 것조차 이미 길고 긴 과학법칙을 거쳐 사전에 준비된 행위에 불과하다니 좀 심한 것 아니겠어.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확률의 법칙을 보면, 그래도 원자단위로 내려가면 과학도 인간에게 조금은 쉴 틈을 주는 것도 같다. 하지만 여전히 자유의지는 설 자리가 없구나.

 어제 뉴스를 보니 MBC노조를 탈퇴하고 뉴스앵커직으로 복귀한 두 명의 남녀 아나운서들이 신에게 계시를 받고 그리했다고 하던데, 계시나 기적도 참으로 자연과학에 어긋나는 일이긴 하다. 실용적으로 생각해도 계시랑 정신병, 혹은 자기합리화를 어떻게 구별한단 말인가. 중세시대엔 정신착란에 걸린 귀족들 가운데 저런 계시를 운운하는 이들이 많았다고도 하던데.
 뭐, 자연과학이 근본적으로 귀납법과 인과법칙에 근거를 두고 있는 한, (그리고 귀납법과 인과법칙은 증명될 수 없다는 흄의 주장이 깨어지지 않는 한) 계시나 기적도 꼭 없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는 것도 같다. 실속없는 상념에 빠져들 때면 늘 마지막엔 데이비드 흄이 회의주의를 한 손에 들고 웃고 있다.

2012년 5월 4일 금요일

수다


1. 보건소의 근무환경은 병원선과 다르다. 매주 월요일에 가평읍 보건소에서 진료, 수요일에 하면 보건지소 진료를 하고, 다른 날에는 출장 업무를 나간다. 출장 업무는 주로 초등학교 불소도포나 구강보건교육.
 출장이 없는 날에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수 있다. 퇴근 후에는 저녁을 먹고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다. 그 다음은 자유시간이다. 보통 노트북을 들고 근처 카페에 홀로 간다. 지난 1년간 병원선 동료들과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으니, 남은 2년은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야할 것 같다. 주말에는 그래도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을 다닐 수 있어 조금 낫다.

 새로운 환경에서 2주를 보낸 소감은, 생각보다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소비하고 있는 느낌. 몇 가지 원인을 생각해보았다. 우선 요즘 대체로 영화를 스크립트랑 함께 보며 영어공부를 하는데,  시간이 많이 들고 솔직히 계속 집중을 유지하지 못한다. 대충 조금 본 거 같은데 어느새 하루가 가 있더라. 그리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오랫만에 열심히 했더니 한동안 젖산이 쌓여서 밤에 잠을 깊이 못잤다. 낮잠을 자버리면 또 하루가 훌쩍 가버린다.

2. 오랫만에 이런저런 진료를 하는데 손을 놓은 시간만큼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솔직히 스트레스를 꽤 받더라. 치과의사라는 타이틀은 나의 중요한 정체성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한동안 손을 놓았던 치과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한다.
 요즘 너무 생각이 많아졌다. 제3의 사춘기가 찾아온 것 같다. 제1의 사춘기는 아주 어렸을 때 왔었고, 제2의 사춘기는 대학시절이었던 것 같다. 이번이 마지막 사춘기일까.

3. 최근 구입한 책 리스트. 올해의 절반은 이들과 함께 보내게 될 듯 하다. 이번 주말에는 삼청동에 가서 책을 읽을까 한다. 지난 주말 밤에 삼청동 거리를 거닐어 보았는데, 너무 예뻤다.

사랑의 추구와 발견/파트리크 쥐스킨트 저/강명순 역/열린책들
로시니 혹은 누가 누구와 잤는가 하는 잔인한 문제/파트리크 쥐스킨트 저/강명순 역/열린책들
나쁜 사마리아 인들/장하준 저/이순희 역/부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장하준 저/부키
티몬이 간다/유민주 저/이콘
사랑의 기술/에리히 프롬/황문수 역/문예출판사
사랑예찬/알랭 바디우/조재룡 역/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