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7일 목요일

고등어회와 민주주의


1. 한달에 두 번 정박을 한 다음날은 내지에서 점심을 먹는다. 아주머니 반찬 솜씨도, 친절함도 좋지만 가끔 나오는 깜짝 메뉴가 별미인데 오늘의 고등어회는 지난 6개월 간의 내지 방문 중 으뜸이었다. 갓잡은 고등어가 아니고서는 나올 수 없는 맛이었다. 이곳 생활이 끝나면 아마 어디에서도 이런 음식을 맛보진 못하겠지.

2. 대학원 1학년 시절에 큰 선거가 있었는데 그 때 한 동기가 인상깊은 말을 했다. 올바른 민주주의는 모두가 자기이익에 준하는 투표를 해도 잘 굴러가야만 한다고. 당시에 이것을 깊게 숙고해보았는데, 매우 당연하게도 이는 틀린 이야기이다. 이는 다수결의 원칙, 즉 제임스 밀 수준의 사고에서 한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한 주장이다. 모두가 저와 같이 투표한다면 다수에 의한, 다수를 위한 정부만이 세워질 것이다. 또한 그 정부는 다수의 이익에 반하는 사안에 관한 한 매우 이기적이겠지. 결국 모든 국민이 공리적인 선택을 할 때 비로소 공리적인 정부가 세워질 수 있는 것이다.

3. 생각해보니 고등어와 민주주의만큼 어울리는 게 없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노랫말이 있어서 담아본다.

고등어
- 루시드 폴

어디로든 갈 수 있는 튼튼한 지느러미로
나를 원하는 곳으로 헤엄치네
돈이 없는 사람들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나는 또 다시 바다를 가르네

몇 만원이 넘는다는 서울의 꽃등심보다
맛도 없고 비린지는 몰라도
그래도 나는 안다네 그동안 내가 지켜온
수많은 가족들의 저녁 밥상

나를 고를 때면 내 눈을 바라봐줘요
난 눈을 감는 법도 몰라요
가난한 그대 날 골라줘서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2011년 10월 26일 수요일

남해


1. 병원선이 남해에 정박했다. 여기는 우리가 이곳에 올때면 이용하는 파랑새 맨션. 미조항에는  생선 냄새가 거리에 진동하는데, 그래서인지 고양이도 참 많다. 맨션 근처에 여러 고양이가 어슬렁거리는데 이 고양이는 주인이 기르는지 사람을 경계하지 않더라. 정돈 안 된 하얀 털과 쎈 표정이, 신비로운 눈과 묘하게 어울린다. 오드아이(odd eye)라고 사람들이 부르더라.

2. 선거는 낙승. 예상한대로, 기대한대로였다. 난 변화가 어떤 식으로 가능한지 지켜보고 싶었다. 내 이권과 무관하게. 뭐, 개인의 집합인 의사의 이권을 딱히 한나라당이라고 잘 지켜주리라 보지도 않는다. 의사 집단은 기업과 비교하면 오합지졸이다.

3. 좀 더 정돈된 폴더를 가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글루스 블로그에 관심이 간다. 이곳 구글에서 계속 개인 블로그를 이어갈지는 조금 고민해봐야겠다.

2011년 10월 25일 화요일

선거















선거가 치러지는 날이다.

중학교 시절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하는가.'라는 주제로 논설물을 쓴 적이 있다. 당시 대선은 이회창과 김대중의 대결이었는데, 학급 내에서 자투리 시간에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하는지 토론을 하기도 했다. 어린 기억에도 선거날이 다가오면 온 나라가 참 떠들썩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시절 난 여러가지 점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의 지혜가 없었다. 토론을 하면 아버지가 지지하는 후보를 아버지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여 옹호했던 것 같다.
대조적으로 당시 내 논설문은 어이없게도 상당히 좋은 평을 들었다. 중학생이 쓰는 논설문이란 일정한 Form이 존재하는 법이고, 아직은 뻔한 이야기를 그럴듯한 틀로 표현하는게 중요한 법이니까. 생각해보니 그 허접한 글로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상을 타버리기도 했네.

머리가 커서 분명히 전보다는 많은 정보를 보다 잘 해석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선거가 쉬워지는 것은 아니더라. 나경원과 한나라당은 더럽고 치사한 족속들이지만, 박원순의 토론 실력은 단지 말빨의 차이로 보기엔 너무 심각했다.

아무튼 안풍(安風)은 불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