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3일 일요일

아버지의 그림



 
1-1. 미국 경제는 이런저런 위기를 헤쳐나오고 있는 중. 작년 4분기 경제지표는 안좋았지만, 속 내용을 보면 나쁘지 않다. 경제성장률이 무려 마이너스(-)로 돌아섰지만 정부 지출 삭감과 기업 재고의 감소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평. 오히려 미국의 주가는 훨훨 날아서 금융위기 이전의 고점을 완전히 회복했는데 이것이 미래 성장에 대한 선반영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1-2. 지난 한 달간 무엇보다 재미있던 미국 경제의 이슈는 백금 통화 발행 소동이다. 공화당의 반대에 맞서 정부 적자 문제를 해소하려는 기발한 꼼수였다. 짧게 정리된 기사는 이것. 꽤 구체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거론되었지만, 결국 다른 타협안을 찾기로 하면서 무산되었다.
 공화당 측에서는 백금 통화를 발행하면 금리가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경고하는데, 나로서는 어처구니가 없는 주장으로 보인다.
 저 주장이 맞다면 애초에 미국이 양적 완화를 할 때에도 이미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것이다. 침체된 경제상황에서 금리는 신뢰이다. 풍부한 통화 공급에 신뢰가 깨지지 않았다면, 백금 통화도 다르지 않다. 인플레이션은 말할 것도 없다. 지금 미국 경제가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그' 인플레이션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었다면 단 하나, 연방 은행의 독립성 훼손일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1) 백금 통화 발행이 특별 조치이고, 2) 독립성이란 실재하지 않는 '환상'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나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언제든 훼손될 수 있고,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것이 연방 은행의 독립성이라고 여긴다.
 어쨌든, 이미 지나간 이슈일 뿐이다. 게으른 블로거라..


2-1. 'BBK의 배신'에서 저자 김경준은 정당정치가 사회적 진보/보수와 경제적 진보/보수로 구분된다고 말한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싶더라.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정치는 미국과는 상당히 다르다. 미국의 공화당과 비교하면 새누리당도 민주당도 경제적으로 진보적이고, 미국의 민주당과 비교하면 새누리당도 민주당도 사회적으로 보수적인 것 같다.
 최근의 정황을 바라보면, 박근혜의 새 정부는 증세보단 국채발행, 직접세보단 간접세, 법인세보단 개인세, 공공고용보단 공공지출을 선호하는 것같다. 정치적으론 더 노련할지언정 경제적으론 더 인기영합적인 노선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새로이 중소기업에 포커스를 맞추고는 있지만 여전히 정책 성격이 기업친화적이라, 그간 우리나라 경제에서 진행되어 온 기업과 가계의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에 충분할까 의문이 든다.
 어쨌든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기대보다 언더퍼폼하고 있고, 원화의 엔화대비 평가절상과 뱅가드 펀드의 벤치마크 변경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뱅가드 펀드 이야기는 이 기사를 링크한다. 뱅가드 펀드의 효과를 주식시장의 잡음(noise) 정도라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매도될 주식규모가 한화 약 10조원 규모라는데 잡음이라기엔 너무 크다. 매도기간이 7월까지라던데.
 IT주식은 달러 대비 원화도 나쁘지 않고, 시장경쟁력도 환율의존적이지 않다는 분석이고, 자동차는 엔화 대비 원화가 경쟁력에 중요한 요인이라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나는 자동차 대장주, 모바일 게임주에 긍정적이고 7월보다 앞서 우상향이 진행되리라 기대한다. 전문가와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이런 소리 여기다 써도 괜찮다. 하하.

2-2. 대학의 등록금 인상을 대학 간의 치열해진 경쟁 탓으로 돌리는 이들도 있지만 정확한 분석같지 않다.  지난 몇 년간 등록금은 지나치게 많이 올랐고, 명문대와 지방대의 등록금은 거의 차이가 없다. 경쟁이 치열해진 것은 대학이 아니다. 바로 대학생들이다. 낮은 고용률, 임금, 지나친 집값, 지나친 매몰 비용(학비, 교육기간)이 모두 경쟁을 심화했다.
 가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등록금 인하와, 대학에 대한 수요를 줄이기 위한 고용 해법이 동시에 필요한 이유다.

1) 등록금 인하를 위해서 대학에 직접 지원하는 방식의 정책은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반면, 사학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막기 힘들다. 미국식 기부제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춰볼 때 실현이 힘들고, 효과가 적을 것 같다. 우리나라의 명문대는 수가 아주 적고, 요즘과 같은 과잉 수요 상황에서 대학간 경쟁으로 등록금을 인하하는 것은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졸업 후에 등록금을 상환하는 등록금 후불제가 가장 낫다고 생각하고, 궁극적으로 대학에 대한 수요를 줄여야만 등록금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나는 기업에 고졸 사원 고용을 할당하는 방식의 규제가 우리 경제에 아주 좋은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의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유도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학력 인플레에 좋은 해법이 된다. 등록금 인하는 말할 것도 없다. 물론 대졸이하 사원의 임금이 하락하는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풍부한 일자리가 바탕이 되어야만 한다.
 고용도 문제지만, 매몰 비용에 비해 적은 임금도 가계의 생산성을 저하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임금이란 기업이 수요-공급에 맞춰 책정하는 것으로서 시장에 맡기는 것이 사실은 옳다. 그보다는 여러가지로 매몰 비용을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


3. 사진의 그림은 아버지가 그린 작품이다. 어릴 적 만화가를 꿈꾸기도 했다는 아버지는, 공무원을 퇴직하신 뒤에 한동안 그림을 배우셨고, 좋은 그림을 많이 그리셨다. 다른 그림들도 가끔 블로그에 올려야지 싶네. 개인적으로 이 그림은 배경과 꽃의 이질감이 참 매력적이다.

 지난 한 달간 2권의 새 책을 읽었고, 9권의 책을 다시 읽었다. 참 신기한게, 마치 새 책을 읽는 것처럼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는 책들도, 막상 읽는 속도도 빠르고, 이해도 빠르다.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새에 내 뇌가 정보를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나보다. 요즘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이 많이 줄어서, 다양한 생각들이 블로그에 옮겨지기 전에 (적어도 내 의식 속에서는) 사라져버린다. 곧  치과 공부를 위해서 태블릿 PC를 구입할 생각인데, 나아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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