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13일 금요일

이촌동 아티제

 2주 전 쯤 병원 동기들을 만나러 이촌동에 갔다가 얼마 전에 생긴 아티제(artisee)를 방문했다. 최근에 SSM, 대형마트, 재벌 빵집에 대한 논쟁이 페이스북을 통해 지인들+@ 사이에서 불거진 적이 있다. 당시 아티제가 화두에 오르기도 했었는데, 그때의 내 생각은 이러했다.

-아티제는 지역 빵집과 타켓이 다르고, 그다지 경쟁력도 없으며, 호텔신라 매출 대비 비중이 작다. 그러므로 이의 철수는 '생색내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전에 도산공원 쪽 아티제를 잠깐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때의 느낌은 평범한 인테리어와 평범한 맛의 케잌, 커피였다. 두번 째 방문한 아티제는 전보다 좋아보였다. 고급의 가구로 꾸며진 인테리어, 좋은 재료로 만들어진 빵들, 식사도 종류가 적지만 품질이 준수했다. 무엇보다 풍부한 세트 메뉴가 가장 눈에 띄었다. 여기 경쟁력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카페 안에는 식사, 미팅, 친목, 개인 업무 등 다양한 목적으로 카페를 찾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무엇보다 손님들 중에 부유층으로 보여지는 사람들의 비율이 근처 가게들보다 많았다. 그들은 삼성과 호텔 신라로 대표되는 이 브랜드 자체를 소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티제와 같은 재벌 빵집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좀 더 생각해보고 싶어졌다.

 먼저 아티제의 성격을 정리해보자. 고급 카페 앤 베이커리라는 아티제의 포지션은 SPC의 파리크라상과 가장 유사하다. 카페로서나 베이커리로서 파리바게트보다 조금 더 고급이다. 같은 호텔신라의 베키아앤누보(vecchia&nuovo)와 여러모로 유사한데, 베키아앤누보는 주로 식사를 위한 레스토랑이지만, 아티제는 보다 다양한 목적의 멀티플레이스로 운영되는 것 같다. 한마디로 비싸고 고급스러우며, 어느정도 체인을 내기도 쉬워보인다.
 이러한 포지션은 아티제가 1)확장력이 크지 않고, 2)고객의 충성도는 단단한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호텔 신라의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내 생각은 이렇다. 아티제의 존재가 SPC 입장에서야 위협적일 수 있겠지만, 지역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다. 일단 위 1)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아티제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지역 상권에 위협이 되기에는 너무 작은 브랜드이다. 그리고 아티제와의 직접 경쟁이 부담된다면 지역 상권에서도 조각 케잌 전문 카페나 테이크아웃 형식의 베이커리 등 작은 규모로 색깔을 가져갈 수 있다. (실제로 이런 특색을 가진 가게들의 성공사례도 많다.)
 아티제의 2)특성은 SPC와의 경쟁에서 큰 무기가 되고, SPC와의 경쟁은 소비자 입장에서 만족스러운 것이다. 지금껏 카페 앤 베이커리라는 포지션이 SPC의 전유물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또한 호텔 신라도, SPC도 해외진출을 꿈꾸고 있다면 이들의 사업 확장이 반드시 우리에게 부정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실제로 SPC는 미국에 파리바게뜨로 진출하여 꽤나 성공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SPC가 국내에서 쌓은 노하우 뿐 아니라, 국내 시장을 점유해서 얻은 안정성도 해외 진출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성장이다. 지역 빵집, 카페가 포지션을 확장하기 힘들어진다. 우선 1)그들의 백화점 내 입점이 더 힘들어지고, 2)카페 앤 베이커리라는 포지션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이것은 부정하기 힘든 부분이다.
 결국 체인점을 좀 더 내고, 백화점에 입점하는 정도가 지역 제빵점, 카페의 성장 한계인데, 체인점의 확장은 SPC에 의해 제한되고, 백화점 입점은 백화점 자체 브랜드에 의해 어려워진다.

 여러가지 면을 살펴볼 때 아티제의 규제가 지역 상권에 큰 이익을 가져오는지 의심스럽다. 아티제보다는 오히려 SPC, CJ푸드빌과 같은 빵집 체인, 그리고 스타벅스를 위시로 한 강력한 카페 체인의 위협이 훨씬 심각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발표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과제빵 분야 가맹사업 모범거래기준'이 재벌 빵집 규제보다는 올바른 방향의 정책이라 생각된다.
 SSM, 대형 마트 등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이 있지만 여기까지 하련다. 아무튼 이촌동 아티제는 앞으로도 꽤나 애용하게 될 것 같다. 스프가 맛있더라고.

p.s : 블로그를 하면서 경솔한 성격 탓에 허술한 포스팅을 올리고 자주 수정한다. 이제부턴 가급적 고치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