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3일 일요일

속좁은 여학생

 몇년 전 toma라는 인터넷 만화작가를 좋아했다. 엄밀히 순정만화 작가인데 당시 대표작은 '크래커'. 제목처럼 크래커를 잘근잘근 씹어먹으며 팬시하게 즐길 수 있는 그림체와 내용이었다. 좋아했던 '크래커' 이후, 유료만화로 '속좁은 여학생'이란 만화를 연재했는데 기가 막힌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여자에게 붙은 '속좁은'이라는 수식은 남자입장에선 맞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싶어지면서 동시에 퍽 매력적이다.

 연인사이에 소소한 다툼이 잦을 날 없는 요즘이다. 나는 문제의 원인을 속좁은 여자친구 탓으로 은연중 정의하고 있지만, 얘는 아마 나를 속좁은 남동생 쯤으로 여기는 듯도 하다. 오늘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 내가 식사 중에 코피가 났는데 눈하나 까딱 안하더니, 슥 하고 휴지를 말아서 주더라. 휴지야 내가 말면 되지 여자애가 놀라거나 걱정하는 기색이 없으니 이거 뭐랄까, 아들키우는 어머니 내공쯤 되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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