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6일 일요일

영웅들의 연주.

 한 손만을 이용한 16비트 하이햇(hi-hat) 연주는 셔플 리듬의 연주와 함께 Jeff Porcaro의 드러밍에서 특유의 색채를 이룬다. 그의 레슨 영상을 보면, 한 손으로 16비트를 연주하면 완급조절을 통해 더 부드러운 groove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드럼 연주자들은 Jeff의 연주는 도드라지지 않고 간결하지만, 흉내내기 아주 어렵다고 말한다.
  80년대 중후반 미국의 팝 음악 역사는 Jeff의 연주와 함께 했다. Quincy Jones와 Michael Jackson이 함께 했던 'Thriller' 앨범은 Jeff Porcaro와 그룹 toto의 멤버들이 대거 참여한, 그들이 만들어낸 합작품이기도 하다. Boz Scaggs, Steely Dan, George Benson, Kenny Loggins 등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앨범에 그들의 연주가 새겨져있다.
 엊그재 우연히 Kenny Loggins의 곡을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단번에 이 곡은 toto의 멤버들이 연주했다는 걸 알았다. 내가 참 음악적 지식이 없는데, 이들의 연주는 알아볼 수 있다.

http://www.youtube.com/watch?v=lGBLh2iqsZw&feature=related

Heart to heart
- Kenny Loggins

...
Does anything last forever?
I don't know
But maybe we're near the end
So darlin' oh how can we go on together
Now that we've grown apart
Well the only way to start
Is heart to heart
...

2012년 2월 20일 월요일

생각의 조각들

1. 지난 주 경제포커스 한 도막.
 우리나라는 조선업,중공업같은 전통적인 제조업 상품의 수출자금이 장기로 결제되고, 각종 수입상품은 단기로 결제되는 특이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언급.
 결국 달러 형태의 수출자금이 한꺼번에 유입되는 것을 대비한 헷지(hedge)가 필요하고 선물환 시장의 포지션이 불균형하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외부충격에 취약하고 회복 속도도 빠른, 변동성이 큰 경제 구조가 형성되는 이유.

2. 같이 근무하는 한의사 친구가 내수가 안좋다고들 하는데 주식 시장은 왜이리 호황인지 나에게 물었다. 짧은 식견으로 대충 답하고서 혼자 고민 중.
 최근 증가한 외국인 매수도 원인일 수 있겠고, 부동산 경기의 침체와 저금리 기조도 원인일 수 있겠지. 금리 인상이 없이 이루어지는 주식 시장의 호황은 우리 기업의 실제 가치가 그만큼 증가했음을 반영한다는 한 채권 애널리스트의 분석은 묘하다. 이는 작년 주가의 하락이 회복되는 국면으로 지금을 해석하는 것일테지.

3. Paul Krugman의 blog에서 최근에 본 흥미로운 포스트.

http://krugman.blogs.nytimes.com/2012/02/13/moochers-for-self-reliance/#more-28969

 "some of the areas most dependent on government benefits are also the most Republican and anti-government."
 미국에 사는 친구들은 꽤나 흥미로워할 내용. 물론 아직은 상관관계(correlation)의 확인일 뿐이고, 합리적인 원인을 찾는 과정이 뒤따를 수 있겠네. 정치란 참..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4. 과외학생의 부모님이 프로그래밍 수업의 과외를 부탁하셨다. 하지만 난 프로그래밍에 젬병이라 다른 사람을 구하는 중. 과외학생의 어머님은 나에게 아주 친절하시다. 심성 못지않게, 자식에 대한 사랑 탓이리라.
 medical school로의 진학을 위해 학교 수업까지 과외를 시키는 방식의 교육은 결코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중학생 때부터 외동아들을 타지에 홀로 유학보낸 부모의 비용(cost)을 고려하면, 부모의 입장에서 이 전략은 분명한 인센티브를 가지고 있다. 애초에 조기유학이라는 전략도 비용이 많이 드는 대신 (나같은 토박이가 보기에) 불공정한 이점을 취할 수 있기도 하다. 하버드 의대의 학생이 나보다 '능력'이 뛰어나서 거기 다니는건 아니니까.

 BTW, 한국은행에서 오늘 발표된 '한국의 경제성장과 사회지표의 변화'를 보면 우리사회의 교육 양극화는 계층 간의 소득격차 이상이고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http://media.daum.net/economic/others/clusterview?newsId=20120220210007720&page=1&list_type=all&clusterId=517380

 '연애의 전략'과 더불어 좀 더 많이 생각해보고, 언젠가 이야기를 하고픈 주제.

2012년 2월 17일 금요일

사회복지에 대한 토론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1635330

 글이 아주 많이 길다. 하지만 한번쯤(가능하다면 여러번) 읽고 생각해볼만한 내용이다. 유명한 장하준 교수 외 여러 권위자들이 한국 사회의 발전상에 대하여 심도있게 토론한다. 그나저나 위 글이 실린 신문도 프레시안이다. 이 신문의 정체성이 내가 들은 바랑 다른가보다.

2012년 2월 13일 월요일

프레시안..??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17991.html

 골드만삭스의 통계 데이터에 의하면 2008년 이후 가계지출 구조에서 절대 비중은 1)식음료비 지출 2)주택관련 지출 3)교육비 지출 순이다. 가계지출 비중의 증가는 조세지출이 가장 높고, 주택관련 지출은 의외로 증가폭이 적다.

 재미있는 점은 보수언론 프레시안에서 이에 대한 반박기사를 내놓았다는 점.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20208145315

 주택관련 지출은 충분히 심각하며, 조세부담이 가처분소득 감소에 기여한 바는 많지 않다는 기사의 주장은 정통 보수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 보수언론이라고 늘 우파지향은 아닌가보다.

 어쨌든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는 주택문제의 연착륙(soft-landing)가능성을 이야기하지만, 이렇게 주택관련 지출이 낮은 상승률로 유지될 수 있었던 원인이 전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에 있었음을 상기해야 할 것 같다. 가계부채의 증가률을 보자. 2007년 말 약 740조에서 2011년 말에 900조를 넘어섰다. 물론 낮은 이자로 대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 내용 또한 좋지않다. 은행권은 24%의 증가률, 제2금융권은 63% 증가율을 보였으며, 제2금융권의 약 60%가 다중채무자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을 종합하자면, 주택문제가 당장 폭발할 가능성은 많지 않고 정책 당국은 아직 대응할 시간이 있다. 오히려 이후에 찾아올 금리 인상이 위기의 도화선이 될 것이며, 그때까지 문제가 어느정도 해소되어 있지 않다면 충분히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결론.

2012년 2월 9일 목요일

고양이와 쥐

 절제와 인내에 대하여 흥미로운 관점의 글이 있었다. 절제는 좋아하는 것을 참는 것, 인내는 싫어하는 것을 참는 것이라는 정의가 그것인데, 아주 색다른 분석이라 매력적이었지만, 어딘가 계속 곱씹어보게 되더라.

 이제와 생각해보니 절제와 인내에 대하여 새롭게 정의를 할 필요가 있겠다. 절제와 인내는 둘다 '참는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절제는 스스로 행하는 것이고, 인내는 타의로 행하는 것이다. 절제에 강하고 인내가 부족한 이는 보다 개인적인 직업에서 만족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인내에 강하고 절제가 부족한 이는 보다 조직적인 직업에서 만족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절제에 능한 이들이지만, 이를 지키는 것은 인내에 능한 이들의 몫일 수 있겠다.

 안타깝게도 치과 병원은 절제를 기르기보다 인내만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많았다. 배움의 효과는 그것이 '하고 싶은 것'일 때 배가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인재들을 모아놓고 네거티브한 방식으로 교육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버트런드 러셀의 '교육론'에는 새끼 고양이에게 쥐를 잡는 법을 교육시키던 아놀드 박사에 대한 일화가 나온다. 쥐를 잡으라 하고, 효과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할 때마다 새끼 고양이를 매질한 결과, 고양이는 성년이 된 이후에도 쥐만 보면 무서워하며 숨기에 바빴다. 잘못된 인센티브를 구조화시켜놓고 목소리 높여 '쥐를 잡는 고양이의 숭고함'을 외쳐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그러고보면, 병원만큼 잘못된 인센티브 구조 하에 교육을 시키는 조직도 드문 것 같다.

두 개의 영화, 두 개의 이야기

1. 예술적 외설

 '내가 사는 피부'는 인공피부에 집착하는 성형외과의와 그의 저택에 감금되어 살아가는 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다.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연기한 로버트 박사는 죽은 아내와 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두 가지 방식으로 전이(轉移)한다. 불에 타지않는 인공피부를 만들고자 하는 욕망(아내는 심각한 화상을 입고 자결했다)과, 딸을 강간한 빈센트란 남자에 대한 직접적인 복수심이 바로 그것인데, 이 둘과 미에 대한 박사의 광적인 집착은 변태적인 결과를 낳는다. 로버트 박사는 빈센트를 납치한 뒤, 성전환 수술을 시킨다. 그리고 그는 아내의 얼굴로 성형되고, 인공피부의 실험대상이 되어 온 몸의 피부가 교체된다.  그 뒤 로버트 박사는 빈센트가 변한 이 베라라는 여인을 사랑하게 되지만 이는 '피부'로 상징되는 그의 외면일 뿐 내면은 아닐 것이다. 베라 역시 처음엔 박사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 같지만, 결국 빈센트라는 내면을 결코 잊지 못한다. 결국 베라는 로버트 박사를 죽이고 저택을 탈출한다.

 이 영화는 예술일까? 영화는 대단히 미적이었다. 사실 섬뜩할 정도로 그러했다. 뛰어난 영상과 음악, 완벽한 미장셴을 보여주었다. 또한 영화는 수많은 상징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하녀의 아들이 입은 호랑이 코스프레는 그의 내면(범죄자)을 감추는 도구이자, 그의 폭력성을 대변하는 상징이기도 했다. 아마 내 지식의 부족함으로 인지하지 못했을 뿐, 배경 음악이나 저택에 걸려있던 그림 모두 아주 상징적이었으리라.

 하지만 영화는 보편적인 관객들이 공감하기에 기괴하고, 뒤틀려있었다. 로버트 박사를 우연히 마주친다고해도 그와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을만큼 그와 그의 이야기는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성을 주제로 다룬 예술영화 중에는 (나로서는) 공감하기 힘든 성적 판타지가 담긴  경우도 많다. '욕망'이나 '자아'는 예술영화의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이고 '성'은 그 주제를 표현하기에 알맞다. 하지만 그것이 보편성을 획득하는데 실패하여, 단지 특정한 몇몇의 전유물로 머무를 뿐 평범한 관객을 몰입시킬 수 없다면 그 예술영화는 '예술적 외설'에 다름아닐 것이다.

 페드로 알모도바르라는 이름의 감독은 '그녀에게'와 같은 전작과 이 영화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성전환과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감독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고려할 때,  성전환되고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빈센트는 겉모습과는 다른 성 정체성을 간직한 성적 소수자들을 상징하는지도 모르겠다. 불에 탄 끔찍한 외모에 좌절하고 자살을 택한 로버트의 아내가 그러했듯, 성적 소수자들도 내면과 다른 겉모습에 좌절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적어도 '그들' 사이에서는 공감을 획득할 수 있었으리라. 그리고 어쩌면 나도 이 영화를 해석하는 와중에 소외받는 내면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겠지.

 예술 영화는 때로는 사회로부터 보편적으로 용인받지 못하는 정서나 의식을 표출하는 해방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2. 실패의 미학

 '머니볼'은 한 실패한 야구선수가 가난한 구단의 단장으로서 성공하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빌리 빈은 어릴 적 촉망받은 선수로 유명 구단에 화려하게 스카웃 되었지만, 프로 선수로서 처참한 실패를 맛보게 된다. 그 뒤로 가난한 야구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이 되었지만, 프로로서 실패했다는 자책감은 가슴 한 구석에 남아있다. 구단을 재편성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조나 힐이라는 스카우터를 영입하여 그의 인생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조나 힐은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을 뿐, 야구 선수로서의 경력이 전혀 없는 새로운 스카우터였다. 그는 통계를 기반으로 선수의 스탯을 분석하고, 가격 대비 최선의 팀을 꾸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카우터의 인간적인 '직관'아닌, 숫자로 구성된 딱딱한 수치만으로 선수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빌리 빈은 그 '과학적 방법'을 받아들였고, 그 결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그 해 메이저리그 사상 전무후무한 20연승을 달성한다. 하지만 리그 우승 이후 챔피언 리그에서는 패배했는데, 그는 그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하기 위해 1천 2백만 달러라는 금액을 제시한 보스턴 레드삭스의 스카웃을 거절하고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남는다. 하지만 2년 후, 우승을 이룬 팀은 그의 스카웃 방식을 모방한 보스턴 레드삭스였다.

 빌리 빈은 자신의 과거와, 자신을 뽑았던 스카우터들을 조소했지만, 어리고 꿈이 있던 그 시절을 완벽히 미워할 수는 없었다. 빌리 빈에게 제 2의 성공을 안겨준 바로 그 통계적 방법에 기반했을 때, 가난한 그의 구단이 부자 구단들을 계속해서 물리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 방법도 결국 가격 대비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을 뿐, 가격 그 자체를 뛰어넘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빌리 빈은 그 사실을 몰랐던 것일까? 아마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인정할 수 없었던 것 뿐이다.
 영화 후반부의 그는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마치 나 자신을(그리고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의 실패는 내가 지금껏 살면서 저지른 낭만적인 실패들과 겹쳐졌다. 아름다웠다.

 빌리 빈의 딸이 영화의 마지막에 들려주는 노래. 최고의 엔딩이었다.

http://www.youtube.com/watch?v=fkKCNXbtmcY&feature=related

I'm just a little bit caught in the middle
Life is a maze and love is a riddle
I don't know where to go, can't do it alone, I've tried
And I don't know why
I am just a little girl lost in the moment
I'm so scared but I don't show it
I can't figure it out it's bringing me down
I know I've got to let it go and just enjoy the show
Slow it down, make it stop or else my heart is going to pop
'Cause it's too much yeah, it's a lot to be something I'm not
I'm a fool, out of love and I just can't get enough
You're such a loser, Dad
You're such a loser, Dad
You're such a loser, Dad
Just enjoy the show

2012년 2월 7일 화요일

소비의 심리학

 '소비의 심리학'은 제목과는 달리 심리학 저서라기 보다는, 마케팅 전공서에 가깝다. 물론 매우 실용적인 관점의 책이다. 그러다보니 이 책은 때론 노골적이고, 그래서 재미있다.

 예를 들어서, 소비자들은 거짓말쟁이라고 책은 단정한다. 그들은 자기의 구매 동기를 잘 알면서도 진짜 동기를 말하지 않으려 한다. 심지어는, 진짜 구매 동기가 철저히 감춰져 스스로조차 모르기도 한다. 이는 '다원적 무지(pluralistic ignorance)'라 일컬어지는 현상을 낳는다.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임금님은 발가벗었대요!'라고 말해도 다른 구경꾼들은 그 사실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임금님의 멋진 옷에 대해 칭찬하기에 바쁘다. 자신이 어떤 제품을 광고에 혹해서 선택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책은 말한다. 심지어 단순히 유명인사가 특정 브랜드의 음료를 마시기만 해도, 소비자는 그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다.

 오늘 가장 흥미로웠던 단락은 '소비자는 사회적 역할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들이다'라는 부분이다. 모든 소비자들은 특정한 사회적 역할을 맡아 연기한다. 그 역할에는 다양한 필요조건이 존재하지만, 그것은 골치아픈 부담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축복이다. 오히려 소비자는 역할의 '불확실성'을 매우 싫어한다. 결국 우리는 독자적이라기 보다는 상호의존적이며 '사회적 역할을 받아들임으로서 개인 행동의 지침을 제공받는 것을 즐긴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우리는 그다지 독립적이지 않다.
 가령 성 역할에 있어서 1) 남성은 강하고, 결단력이 있어야만 한다./하지만 감성적이고, 의존적이어선 안된다. 2) 여성은 숙녀답고, 가정적이어야 한다./하지만 전문적이거나, 공격적이면 안된다.
 성 역할의 첫 번째 측면(/이전)에 대하여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책은 단언한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성 역할에 의해 금지된 두 번째 측면(/이후)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느낀다.
 사람들이 자신의 성 역할에 순응한다는 위 주장에 불쾌감을 느끼고, 반발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허나, 책은 그러한 반발을 예상하고 아래와 같이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어떠해야 한다는 당위가 아닌, 드러난 현상에 대한 자료를 다루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경제학적인 관점이고, 내가 광고산업의 위축을 개인적으로 소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물론 세상은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사실 이 책은 지루하고, 많은 내용이 쓸데없이 느껴진다. 하지만 몇몇 부분만큼은 나를 사로잡았다. 다시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책에 실린 재미있는 광고 카피. 지방 주사 시술 광고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녀는 몇 개의 주름이 생길만큼 성공했고, 그 주름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만큼 현명했다"

2012년 2월 5일 일요일

감동의 뒷면

1. 긴 휴가를 마치고 다시 통영에 내려간다. 사실 새로 휴가를 가는 기분이다. 작년까지는 쉬는 동안 친구들도 매주 만나고, 주말에는 형과 카페에 가서 형은 여러 지원서를 작성하고, 나는 독서를 하거나, 블로깅을 하거나, 강의를 준비하거나 했다. 올해 초에는 형도 지원서를 쓰는 행위에 지쳤고, 나도 강의준비는 거의 안하고(ㅎㅎ), 독서도 효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지난 한 달간 많은 책을 읽었다. 행동경제학, 위기경제학을 다시 읽었고, 화폐전쟁, 괴짜경제학 시리즈, 러셀의 교육론을 읽었다. 지금은 소비의 심리학을 읽고 있다. 책을 읽으며 이야기하고픈 테마가 많았다. 왠지 고심해서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살짝 매너리즘에 빠진 것도 같다.

2. 스포츠의 매력은 치열한 경쟁이다. 허리케인 조처럼 가진 거 하나 없는 사람이 몸뚱이 하나 가지고, 자기 생애를 걸고 싸우는 모습은 그 자체로 드라마같다. 그래서 아직 선수 배당이 작은 UFC의 경기에 더 자주 감동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헤비급 챔피언 Junior Dos Santos는 거리의 부랑아였다. 그의 모친은 가정집과 공장을 오가며 청소일을 해서 자식을 키웠고 산토스도 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팔았다. 그런 그의 인생이 바뀐 것은 살바도르라는 대도시에서 거리의 소년들에게 무료로 복싱을 가르치던 브라질의 저명한 복싱 지도자 루이스 도리아의 눈에 띈 다음부터이다. 前 챔피언 Cain Velasquez를 라이트 오버핸드로 잠재운 뒤,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감으며 산토스는 눈물을 흘렸다. 감동적이었다.

3. 스포츠의 최대 수혜자는 선수들이 아니라 역시 경영진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경영을 하고, 광고를 하고, 대중을 모으지 않았다면 그 스포츠 선수들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 경영진과 선수들의 인센티브는 일치하지 않는다. 그들은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얌전하거나 작은 나라에서 태어난 선수에겐 박하지만, 실력이 조금 부족해도 입담이 거칠거나 큰 자국 시장을 가진 선수를 선호한다. 그들은 심지어 범법을 저지른 선수라도 인기가 있으면 비호하고, 선수들 사이에 만연한 금지약물을 묵인하기도 한다. 
 이것이 불공정한가? 그렇다. 하지만 이것을 가지고 경영진이 지나치게 상업적이라거나, 비양심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물론 맞는 말인지만, 그다지 쓸모없는 소리다.

 이런 질문은 어떨까. UFC가 FOX사와 방송 제휴를 맺기 위해서 로비를 했을까? 아마 필연적으로 답은 예스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결과가 mma 스포츠 업계에 긍정적이었냐 물으면 (아마도) 예스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다면 UFC의 공중파 입성은 잘못된 것일까?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거다. 마찬가지로, 위의 상황도 그 편익을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

 '괴짜경제학 시리즈'에서 스티븐 레빗 교수는 '윤리에의 호소'가 현실을 변화시키는데 얼마나 무력한가 말한다. 인도의 여성들이 받는 심각한 성차별을 개선시킨 것은 무엇이었을까. 정부의 여성보호법? 전세계의 인권운동? 연구 결과에 의하면, 여성들의 의식수준을 끌어올린 TV의 보급이었다.
 매춘에 대하여 정부정책과 윤리운동의 공격은 보통 판매자(업소, 매춘녀)를 향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 공급감소로 인해 매춘을 보다 부유한 사람들만이 접근할 수 있는 고급의 쾌락으로 탈바꿈시킨다.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은 상당히 자주, 우리의 동기를 배반한다.

 우리는 일단 사태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뒤에 이의 '가치'를 판단해야만 한다. 그리고 사태의 변화를 원한다면, '과학적 방법'을 택해야만 한다.

4. 세상이 움직이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더 정의롭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한동안 심취했던 '철학'과 요즈음 접하는 '경제학'이 어우러져 나에게 좀 더 풍부한 시야를 제공해주는 것 같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블로그에 잘 풀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좀 더 많은 공부를 할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