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긴 휴가를 마치고 다시 통영에 내려간다. 사실 새로 휴가를 가는 기분이다. 작년까지는 쉬는 동안 친구들도 매주 만나고, 주말에는 형과 카페에 가서 형은 여러 지원서를 작성하고, 나는 독서를 하거나, 블로깅을 하거나, 강의를 준비하거나 했다. 올해 초에는 형도 지원서를 쓰는 행위에 지쳤고, 나도 강의준비는 거의 안하고(ㅎㅎ), 독서도 효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지난 한 달간 많은 책을 읽었다. 행동경제학, 위기경제학을 다시 읽었고, 화폐전쟁, 괴짜경제학 시리즈, 러셀의 교육론을 읽었다. 지금은 소비의 심리학을 읽고 있다. 책을 읽으며 이야기하고픈 테마가 많았다. 왠지 고심해서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살짝 매너리즘에 빠진 것도 같다.
2. 스포츠의 매력은 치열한 경쟁이다. 허리케인 조처럼 가진 거 하나 없는 사람이 몸뚱이 하나 가지고, 자기 생애를 걸고 싸우는 모습은 그 자체로 드라마같다. 그래서 아직 선수 배당이 작은 UFC의 경기에 더 자주 감동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헤비급 챔피언 Junior Dos Santos는 거리의 부랑아였다. 그의 모친은 가정집과 공장을 오가며 청소일을 해서 자식을 키웠고 산토스도 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팔았다. 그런 그의 인생이 바뀐 것은 살바도르라는 대도시에서 거리의 소년들에게 무료로 복싱을 가르치던 브라질의 저명한 복싱 지도자 루이스 도리아의 눈에 띈 다음부터이다. 前 챔피언 Cain Velasquez를 라이트 오버핸드로 잠재운 뒤,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감으며 산토스는 눈물을 흘렸다. 감동적이었다.
3. 스포츠의 최대 수혜자는 선수들이 아니라 역시 경영진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경영을 하고, 광고를 하고, 대중을 모으지 않았다면 그 스포츠 선수들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 경영진과 선수들의 인센티브는 일치하지 않는다. 그들은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얌전하거나 작은 나라에서 태어난 선수에겐 박하지만, 실력이 조금 부족해도 입담이 거칠거나 큰 자국 시장을 가진 선수를 선호한다. 그들은 심지어 범법을 저지른 선수라도 인기가 있으면 비호하고, 선수들 사이에 만연한 금지약물을 묵인하기도 한다.
이것이 불공정한가? 그렇다. 하지만 이것을 가지고 경영진이 지나치게 상업적이라거나, 비양심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물론 맞는 말인지만, 그다지 쓸모없는 소리다.
이런 질문은 어떨까. UFC가 FOX사와 방송 제휴를 맺기 위해서 로비를 했을까? 아마 필연적으로 답은 예스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결과가 mma 스포츠 업계에 긍정적이었냐 물으면 (아마도) 예스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다면 UFC의 공중파 입성은 잘못된 것일까?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거다. 마찬가지로, 위의 상황도 그 편익을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
'괴짜경제학 시리즈'에서 스티븐 레빗 교수는 '윤리에의 호소'가 현실을 변화시키는데 얼마나 무력한가 말한다. 인도의 여성들이 받는 심각한 성차별을 개선시킨 것은 무엇이었을까. 정부의 여성보호법? 전세계의 인권운동? 연구 결과에 의하면, 여성들의 의식수준을 끌어올린 TV의 보급이었다.
매춘에 대하여 정부정책과 윤리운동의 공격은 보통 판매자(업소, 매춘녀)를 향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 공급감소로 인해 매춘을 보다 부유한 사람들만이 접근할 수 있는 고급의 쾌락으로 탈바꿈시킨다.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은 상당히 자주, 우리의 동기를 배반한다.
우리는 일단 사태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뒤에 이의 '가치'를 판단해야만 한다. 그리고 사태의 변화를 원한다면, '과학적 방법'을 택해야만 한다.
4. 세상이 움직이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더 정의롭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한동안 심취했던 '철학'과 요즈음 접하는 '경제학'이 어우러져 나에게 좀 더 풍부한 시야를 제공해주는 것 같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블로그에 잘 풀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좀 더 많은 공부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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