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심리학'은 제목과는 달리 심리학 저서라기 보다는, 마케팅 전공서에 가깝다. 물론 매우 실용적인 관점의 책이다. 그러다보니 이 책은 때론 노골적이고, 그래서 재미있다.
예를 들어서, 소비자들은 거짓말쟁이라고 책은 단정한다. 그들은 자기의 구매 동기를 잘 알면서도 진짜 동기를 말하지 않으려 한다. 심지어는, 진짜 구매 동기가 철저히 감춰져 스스로조차 모르기도 한다. 이는 '다원적 무지(pluralistic ignorance)'라 일컬어지는 현상을 낳는다.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임금님은 발가벗었대요!'라고 말해도 다른 구경꾼들은 그 사실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임금님의 멋진 옷에 대해 칭찬하기에 바쁘다. 자신이 어떤 제품을 광고에 혹해서 선택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책은 말한다. 심지어 단순히 유명인사가 특정 브랜드의 음료를 마시기만 해도, 소비자는 그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다.
오늘 가장 흥미로웠던 단락은 '소비자는 사회적 역할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들이다'라는 부분이다. 모든 소비자들은 특정한 사회적 역할을 맡아 연기한다. 그 역할에는 다양한 필요조건이 존재하지만, 그것은 골치아픈 부담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축복이다. 오히려 소비자는 역할의 '불확실성'을 매우 싫어한다. 결국 우리는 독자적이라기 보다는 상호의존적이며 '사회적 역할을 받아들임으로서 개인 행동의 지침을 제공받는 것을 즐긴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우리는 그다지 독립적이지 않다.
가령 성 역할에 있어서 1) 남성은 강하고, 결단력이 있어야만 한다./하지만 감성적이고, 의존적이어선 안된다. 2) 여성은 숙녀답고, 가정적이어야 한다./하지만 전문적이거나, 공격적이면 안된다.
성 역할의 첫 번째 측면(/이전)에 대하여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책은 단언한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성 역할에 의해 금지된 두 번째 측면(/이후)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느낀다.
사람들이 자신의 성 역할에 순응한다는 위 주장에 불쾌감을 느끼고, 반발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허나, 책은 그러한 반발을 예상하고 아래와 같이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어떠해야 한다는 당위가 아닌, 드러난 현상에 대한 자료를 다루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경제학적인 관점이고, 내가 광고산업의 위축을 개인적으로 소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물론 세상은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사실 이 책은 지루하고, 많은 내용이 쓸데없이 느껴진다. 하지만 몇몇 부분만큼은 나를 사로잡았다. 다시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책에 실린 재미있는 광고 카피. 지방 주사 시술 광고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녀는 몇 개의 주름이 생길만큼 성공했고, 그 주름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만큼 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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