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솔직하게 밝히자면 나는 노무현의 팬이다. 이회창을 좋아하시던 아버지와 의견을 달리하게 된 것도 16대 대선부터였던 것 같다. 노무현은 표정도, 어법도, 걸어온 길도 꾸밈이 없다. 참 선한 사람이라고 믿게 된다.
사람은 자기와 닮은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고 한다. 나도 참 나이브한 사람이다. 너무 느끼는 그대로, 생각하는 그대로 나를 드러내는 성격이라서, 때로는 그게 지나쳐서 가까운 지인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나 자신이 상처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난 이런 내가 좋다. 그리고 나처럼 솔직하게 사는 사람이 좋다. 착하고 솔직한 사람이 함께라면 실패하는 것도 괜찮다 싶다.
오늘 처음 본 이 연설 동영상이 참 감동적이다.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의치대출신들은 어려서부터 이익집단 특유의 문화 안에서 성장하고, 교육받는다. 전문직이란 지대(rent)를 가지는 직업군이고, 근본적으로 직업의 이해관계가 정치와 관련이 깊다. 당장 수급과 가격의 결정권을 정부가 쥐고있지 않은가. 의치대출신들이 보수적인 정치성향을 가지기 쉬운 이유.
공대출신들도 부유한 사람들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다양한 정보와 문화를 접하며 성장하고, 시장경쟁이 계급적인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최소한 정치문제로 삶의 위협을 느끼지는 않으니까.
얼마전 만난 부유한 유학생 친구가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를 지지한다기에, 미국대선에서는 누구를 지지했냐고 물었더니 "당연히 오바마지!"라고 답해서 신기했었던 기억이 난다. 정치성향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역시 개인의 계급적 이해관계.
3. 재미있게도 페이스북에서 정치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은 거의 전부 야권을 지지한다. 간혹 박근혜를 변호하는 글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 논리가 성글거나 감정적이라 무시되거나 쉽게 반박된다. 어쨌든 인터넷 세상에서 박근혜를 지지하는 이들은 대부분 숨어서 정체를 드러내지 못하는 것 같다.
어째서 박근혜를 지지하는 이들은 대부분 숨어있을까? 간단하다. 정당성이 없기 때문이다. 독재자의 딸이, 독재시대의 가치를 안고, 경제민주화를 시대적 과제로 하는 대선에 대통령 후보로서 나서고 있는데 어떻게 이를 정당화할 수 있나?
결국 실용주의를 표방하는게 박근혜 지지층의 유일한 방법인데, 보편적 실용성은 금융위기와 이명박 정권을 겪으면서 그 근거를 많이 잃었다. 구체적인 정책으로 근거를 확보하기엔 사안이 어렵고, 차별성이 적다. 결국 개인적 범주의 실용성, 즉 자기가 속한 계급의 이해관계만이 유일한 근거로 남는다. 하지만 이는 공적 공간에서 드러내기가 힘든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 지지층은 결국 공적인 공간에선 양비론이나 정치혐오를 내세우며 자기의 정치색을 부끄럽게 감춘다. 사적인 공간에서는 계급적 이해관계를 내세우며 소극적으로 정치색을 드러낸다.
난 박근혜 지지자라면 어설프게 정당성을 주장하느니, 솔직하게 계급적 이해관계를 내세우는게 나은 것 같다. 난 솔직한게 좋으니까. 하지만 어찌되었던 그런 보수는 참 멋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댓글 2개:
2번 정말 공감. 아무래도 의치대생, 특히 예과부터 다닌 사람들은 경험의 폭이 좁고 주변 친구들도 다 같은 전공이고. 게다가 공부 부담도 커서 뭔가 다른 곳에 관심 가지런한 여유도 가지기 힘든 듯. 공대생들의 경우 우리 주변에 카이스트생이 많아서 야권 성향이 많은게 아닐까 싶기도 해. 서울 지역 공대생들에 비해서 카이스트생들이 이상주의적인 측면이 강한 것 같더라고. 취업 같은 문제 걱정하는 사람이 별로 없고 많이들 대학원을 가는 분위기라서 그런건가.
Wonyoung Kim/맞네. 그러고보니 내 인맥에 속하는 카이스트출신들도 대단히 특수한 집단이다. 다들 이상적이고, 중산층이 많고, 취업문제도 적지. 의치대출신/공대출신은 분명히 정체성이 다르지만, 공대출신이 야권성향이라는 분석은 내 편견의 소산인 것 같다. 어쨌든 의치대출신들로서는 야권을 지지하기가 쉽지않아. 실제로 의료공약은 나도 박근혜나 안철수가 제시한 그림이 더 맞다고 본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