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재미있는 기사를 두 개 보았다. 한 기사는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가운데 남녀임금격차가 1위라는 통계내용을 다루고 있었고, 다른 기사는 커피전문점 카드사용률을 조사해보니 남성의 결제가 의외로 더 많았다는 내용이었다. 여성이 남성보다 임금이 39%나 적었고, 커피전문점 카드사용률은 남성이 40%가량 더 많았다.
개인적으로 요즘의 여성들이 나이차가 많이 나는 남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걸 발견하고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나이차이가 너무 많이 나면 교감을 나눌 소재가 적어서 안좋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나이차로 인한 생각의 차이는 줄어든다. 어쩌면 20대 후반의 여성이라면 30대 중반의 남성과도 어려움없이 교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0대 초반의 여성이 30대의 남성을 선호하는 것은 조금 달라보인다. 이러한 트렌드(?)에 대하여 한 여자 동창은 '요즘 애들은 영악해서 그렇다.'고 말하더라. 의미심장하다.
여성이 남성에게 보편적으로 요구하는 가치들(돈, 연애경험, 사회적 지위 등)은 많은 부분 30대가 넘어서야 충족될 수 있다. 20대 초반의 여성에게 있어서 또래의 남성들은 높은 접근성을 가지지만, 미래의 가치가 할인된 현재의 잠재가치로 그들을 판단해야만 하는 난점이 존재한다. 또한 20대 초반의 남성이 가진 잠재가치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인간이란 존재는 불확실성을 아주 싫어한다. 대부분 남성들이 막연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20대 초반의 어린 여성들이 30대를 만나는 사회현상에는 합리적인 이유도 존재하는 셈이다. 말하자면, 그들은 더욱 영악해졌다.
그렇다면 왜 여성들은 더욱 영악해졌을까? 나는 위의 두 기사가 이에 대한 해답을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간단히 말해서 남성에 대한 여성의 경제적인 의존도가 더욱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여성은 직장에서 승진도 어렵고, 봉급도 적고, 안정성도 떨어진다. 결혼을 하면 남성이 집을 해오고, 여성는 훨씬 적은 경제적인 부담을 안는다. 출산, 육아, 교육은 여전히 각 가정에(즉 여성에게) 철저하게 의존한다. 당연히 출산 후 재취업을 하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이니 여성이 좋은 조건의 남성을 만나는데 목을 메는 것은 아주 당연하다. 그러니 더욱 영악하게 연애를 하는 것이다.
또한 경제적인 의존도는 정서적인 의존도를 낳는다. 스무살 이전에는 부모에게, 스무살 이후에는 남자친구나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삶은 독립심이나 책임감 등의 가치를 익히고, 자기주도적인 삶의 태도를 가지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
남성이 여성을 부양하는 것도 아니고, 여성이 남성을 부양하는 것도 아니다. 동반자로서 삶의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는 이성관계가 지향되었으면 좋겠다.
위 사진의 영화 'Before Sunrise'를 무척 좋아한다. 오른쪽의 여주인공 Celine는 똑똑하고, 사회전반에 관심사도 풍부하면서, 동시에 낭만적인 참 멋진 여자다. 기억에 남는 대사를 옮겨본다.
"you know I believe if there's any kind of God, it wouldn't be in any of us. Not you, or me. but just this little space in between. If there's any kind of magic in this world, it must be in the attempt of understanding someone, sharing something."
좋은 대사다. 사람사이엔 역시 교감이 중요하다.
댓글 2개:
한 6년전 쯤 이 영화를 처음 접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남녀간의 뜨거운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사랑이란 개념조차 모호했을만큼 어려서였을까요 우연히 그리고 흘러가듯 함께 자유로이 시간을 보내는 두 남녀의 모습이 제겐 꽤 인상이 깊었어요. 어쩌면 훗날 어른이 되고 진짜 사랑에 빠진다면 그들과 같아야지 꿈꾸기도 하며 상당히 여러번 비포 선라이즈를 보았죠 장소가 어디든 둘만의 생각을 나누는 것만으로 마음이 가득차고 기쁠 수 있는 그런 사랑. 화려하게 단장한 모습의 럭셔리함이 묻어나는 데이트가 아닌 밤새 거리를 거닐다 어느 이름 모를 햇살이 비치는 골목에 서서 예쁜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는 셀린느. 제 눈에도 너무 순수하고 아름다운 그녀가 그의 눈에는 얼마나 사랑스럽게 비춰질지. 서로 밀듯 당기듯 설레는 눈빛이 교환되는 그 장면들이 여전히 잔상로 기억속에 깊이 남아 있네요. 물질적인것과 보이는 것이 중요하고 그로써 남녀의 관계도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현실을 알아버린 나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남녀 사이 저만한 소통이 있다면 지속적 사랑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무한한 행복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요. 메말라 잠시 있고 지냈던 중요한 가치, 그리고 저 영화를 수도없이 돌려보며 셀린느의 대사를 노트에 메모하고 뿌듯해하던 그때를 다시 떠올리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좋은 포스팅 계속 기대할게요
Red tango/방문 감사드립니다. before sunrise는 저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멜로 영화 가운데 하나입니다. 저는 둘이 나누는 다양한 주제의 대화들이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요즘에도 스마트폰에 담아서 가지고 다니고 있네요. 저도 요즘엔 소통이 되는 사람을 능가하는 조건이란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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