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19일 일요일

내가 생각하는 독서법



 오늘 말콤 글래드웰의 '티핑 포인트'를 다 읽었다. 말콤 글래드웰은 New Yorker 칼럼니스트인데 그의 몇몇 글들을 지인들을 통해 접하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좋은 안목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많은 기대를 하고 책을 읽었는데, 기대에 비하면 내용이 평범한 것 같다. 하지만 기억해두면 좋을 법한 풍부한 사례를 접할 수 있었다. 기억해두자.

1. 올해도 여러가지 독서를 해왔다. 새로 읽은 책을 정리해보면,

사랑의 추구와 발견/파트리크 쥐스킨트 저/강명순 역/열린책들
로시니 혹은 누가 누구와 잤는가 하는 잔인한 문제/파트리크 쥐스킨트 저/강명순 역/열린책들
나쁜 사마리아 인들/장하준 저/이순희 역/부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장하준 저/부키
티몬이 간다/유민주 저/이콘
러셀의 철학노트/페인버그, 카스릴스 저/최혁 역/범우사
사랑의 기술/에리히 프롬 저 /황문수 역/문예출판사
사랑예찬/알랭 바디우 저 /조재룡 역/길
티핑 포인트/말콤 글래드웰 저/임옥희 역/21세기 북스

 올해 안에 읽을 계획인 새 책은 아래와 같다.

소유냐 존재냐/에리히 프롬 저/차경아 역/까치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 저/홍영남, 이상임 옮김/을유문화사
파시즘의 대중심리/빌헬름 라이히 저/황선길 역/그린비
투자전쟁/바턴 빅스 저/이경식 역/휴먼앤북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토드 부크홀츠 저/이승환 역/김영사

 다 합해봐야 14권 정도이니 1년 치 독서로서 많은 양은 아닐지도 모른다. 이 외에도 늘 그랬듯이 읽은 책을 다시 읽는다.

게으름에 대한 찬양/버트런드 러셀 저/송은경 역/사회평론
프로타고라스/플라톤 저/최현 역/범우문고

를 다시 읽었고, 다음의 책들을 다시 읽을 계획이다.

로시니 혹은 누가 누구와 잤는가 하는 잔인한 문제/파트리크 쥐스킨트 저/강명순 역/열린책들
사랑의 기술/에리히 프롬 저 /황문수 역/문예출판사
사랑예찬/알랭 바디우 저 /조재룡 역/길
행동경제학/도모노 노리오 저/이명희 역/지형


2. 개인적으로 티비에 나와서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들이 일년에 책을 100권 읽느니 하는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면 속된 말로 손발이 오그라든다. 계산된 자기PR이나 본능적인 허세같고(둘 다 연예인의 덕목이다), 실제로 100권을 읽었다면 '현명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일년에 100권을 읽는 방식의 독서는 아주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단순 계산으로도 한 주에 약 2권의 책을 읽어야만 하고, 페이지 수도 어마어마할텐데, 그렇게 빠른 속도로 책을 읽어서 책의 요지를 파악하고, 정보를 기억할 수 있을까? 독서 외에 다른 활동이 없는,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라고 해도 한계가 명확해 보인다.

 좋은 책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겠지만 대체로 좋은 책은 빨리 읽어서는 안된다. 가령 올해 읽은 책들 중 가장 나를 사로잡은 '로시니 혹은 누가 누구와 잤는가 하는 잔인한 문제'의 경우, 예술, 사랑에 대한 고민을 안겨주는 풍부한 심상의 에세이와 극본으로 되어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읽을 때 자주 책읽기를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내용을 읽었다. 필요에 따라서는 앞의 내용을 다시 읽기도 했다. 중간중간 멈추지 않고서는 그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가 없었고, 앞의 내용을 다시 읽지 않으면 종합적인 이해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렇게 읽지 않으면 그 내용을 온전히 경험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은지 몇 개월이 지난 지금, 그 내용은 벌써 까맣게 잊혀졌다. 인간은 정말 망각의 동물인 것이다! 그나마 극본과 에세이였기에 망정이지, 정보를 주는 책이었다면 반드시 다시 읽어야만 한다. 심지어 나는 이 책도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다. 책이 던져준 어려운 고민거리들을 다시 검토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책을 다시 읽는 것은 기억을 되살리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 책의 새로운 면을 일깨워주기도 하고, 같은 내용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러셀의 '현대판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에세이는 경제 지식이 쌓인 뒤에 다시 읽었을 때 처음에 읽었던 것과 전혀 다른 글이 되어있었다.

 결론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독서법은 천천히, 여러번 읽는 것이다. 핵심을 요약하고, 기록해두는 것이다. 가능하면 기록을 다시 보고, 잊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10권이라도 제대로 읽는 것이 일년에 100권을 읽는 것보다 몇 배는 나은 독서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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