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9일 수요일

너무 아픈 패배



1. 문재인이 졌다. 참담한 기분이다. 어쩔 도리가 있겠나. 이것이 민주주의란 제도이다. 만인이 동등하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헌정 사상 최초로 2,30대보다 5,60대 인구수가 더 많았다. 투표율에서도 차이가 나니 애초에 대단히 힘든 게임이었다. (대학동기 L군은 2,30대 투표율이 90%에 달해야만 이번 대선을 이길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2,30대의 투표율을 문제삼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돌이켜보니 인구구조의 문제를 너무 간과했다. 은퇴계층이 생산계층의 미래를 결정짓는 이러한 구도가 바람직하진 않지만, 이것이 제도의 한계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2. 지역구도에 대해서는 내쉬균형이 고착화의 원인일 수도 있겠다. 호남도 영남도 섯불리 먼저 열린 마음으로 타 지역정당을 밀어주지 못한다. 호남의 개인이 여당을 지지하려 하거나 영남의 개인이 여당을 지지하려 해도 전체 집단의 경향이 바뀌리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아무도 반대편 당을 지지하지 않게 된다. 결국 캐스팅 보트인 충청도가 양 정당의 정책적 수혜를 가장 많이 누리고, 영남과 호남은 여전히 소외된다.
 나는 이러한 구도를 해소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가장 가능성있는 해법은 새로 집권한 대통령이 강한 반발을 이겨내고 반대편 지역에 큰 수혜를 주는 것.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정책이 실행될 가능성도, 실행되어도 지역구도를 부술 가능성도 희박하다.

3. 대통령을 뽑는 것은 많은 정보를 수집해야하고, 올바르게 분석해야하는 대단히 지적인 작업이다. 그러므로 나는 국민의 반이 지지했다는 이유로, 그들의 선택이 '틀림'이 아닌 '다름'이라고 말할 수 없다. 나의 말대로 대통령을 올바르게 뽑는 것이 어렵다면, 지적인 소수가 선발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버트런드 러셀도 스스로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진 바가 있다.
 결론적으로 맞지만, 실행될 수 없다. 올바른 대통령을 골라낼 수 있는 바로 '그' 지적 능력이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그 능력을 보유한 이들을 어떻게 골라낼 수 있을까? 지적 능력을 분류해내는 것도, 그러한 지적 능력을 보유한 이들을 뽑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결국 위 문제들은 해결을 보지 못한 채 남게 되며, 이것이 민주주의에 대한 최종의 근거가 된다. 그러므로 나 또한 민주주의에 대하여 소극적인 지지를 할 수 밖에 없다. 민주주의는 최선의 제도가 아니다. 하지만 더 나은 제도는 요원한 것이다.
 슬픈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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