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5일 화요일

사적이고 공적인 공간



1. 좀 더 객관적으로 대선결과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나는 이번 대선을 참여정부에 대한 심판의 연장으로 여긴다. 변화에는 스트레스가 따르고, 참여정부에 크게 실망한 50,60대는 또다시 믿음을 주기를 거부한 것이다. 이정희의 TV토론이 보수결집을 이끌었다거나, 여성대통령의 힘, 박정희 정권의 힘이라는 분석도 일리가 있지만 근본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민주당은 많은 면에서 역부족임을 드러냈다. 어쨌든 변수를 통제할 수 없고, 시간을 고정할 수도 없어서 대선의 분석은 쉽지않다. 많은 공부가 되는 것 같다.

 '패배의 분석과 기적의 희망'은 균형잡히지 못했고, 지나치게 침울하다. '정치블로그가 아닌데'가 더 나은 분석이다. 그런데 후자보다 전자의 조회수가 10배는 많다. 조금 창피하네.
 돌이켜보면 블로그에 글을 올린 이후 생각이 바뀐 게 꽤 있다. 기억이 나는 걸 언급하자면, 한미FTA는 요즘 더 나쁘게 생각하는 쪽으로 바뀌었고, 로스쿨에 대해서도 좀 더 비판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편견을 쏟아낼만큼 사적이지만, 다시 곰곰히 스스로를 돌아볼 만큼 공적인 공간이라 지금이 딱 좋다는 만족감이 든다.


2. 오랫만에 경제이야기를 해보자. 경제포커스를 통해 얻은 정보다. 공화당이 부자증세에 반대하지만, CNBC 연소득 45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을 설문조사한 결과 67%가 증세에 찬성했다고 한다. 올해 여름 62%보다 오히려 증가한 수치. 미국의 부자들이 우리나라 부자들보다 경제와 사회에 대한 인식수준이 높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들이 자본소득이 많아서 세금인상보다 통화공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더 우려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미국 시민 10명 중 8명의 소득은 오히려 줄었다는 최근 분석 결과가 FRB의 양적완화에 대한 반대논거로 제시되고 있는 모양이다. 소득 상위1%가 5.5% 소득이 증가했는데, 하위 80% 소득은 1.7% 오히려 줄었다. 기준금리가 낮아서 중산층 예금자들의 소득은 줄었으나 고소득층은 여전히 주식배당 등으로 금융소득이 높다는 분석인데, 이를 바탕으로 양적완화가 실질적 효과가 없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진행자 김광진 씨의 마무리 발언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자본에 대한 비율로 이자, 배당이 매겨지기 때문에 예금도, 배당도 고소득층에게 매우 유리하다. 인플레이션의 위험성이 자주 언급되지만, 미국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낮다. 물론 양적완화만으로 투자를 유도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은 부족함을 의미하지, 그릇됨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위와 같은 조사결과가 나왔으면 오히려 더 공격적인 금융소득과세를 시도해야 옳지않을까? 또한 양적완화가 양극화를 되려 심화한다고 보기엔 추적기간이 너무 짧다. 고소득층의 소득이 증가한다는 것은 바꿔말하면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하는 것이다.


3. 2013년은 본격적인 통화전쟁이 벌어지는 한 해이다. 미국도, 일본도, 중국도 통화를 찍어내고 있다. 이제와 더 공격적인 금리인하로 대응하는 것은 어렵고 효과도 적을거다. 미국의 회복세가 변수지만, 일본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수출이 상대적으로 부진할 수 있다. 원자재 가격상승과 가계부채로 내수 역시 더 얼어붙기 쉽다. 결국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괴리가 예상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나 문재인이나 경제정책의 큰 그림은 결국 비슷할 수 밖에 없을거다.
 결국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핵심이고, 정부가 공공고용과 공공지출을 통해서 그 역할을 주도해야만 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p.s : 사진은 뜬금없이 Blade Runner의 키스씬. 영화의 여주인공 레이첼에 매혹되었던 기억이 난다. 모 게시판에 등업을 하려면 사진을 링크해야하는 관계로 맥락없이 삽입한다..

댓글 2개:

익명 :

미국의 고소득층이 증세에 찬성한다면, 양적완화가 소득 증가에 부정적이다라는 것보다는,
소득의 양극화가 결국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하는 임계점을 훨씬 넘었다는 통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경제 양극화가 지나쳐서 경제 발전의 토대인 사회적 안정성을 뒤흔들기 시작했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한게 아닐까요.

- lafite

Spiritz :

lafite/저도 동감합니다. 기업가 정신의 소유자라면 투자나 혁신과 마찬가지로 증세나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질 수 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