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1일 금요일
미국에서 일어난 경제 이슈
미국 Fed가 3차 양적완화를 결정했다. 그 내용은 크게 3가지.
1. 매달 400억 달러의 MBS를 무기한 매입
2. 0~0.25%의 초저금리를 최소 2015년 중반까지 연장.
3. 오퍼레이션트위스트의 지속.
시장의 예상을 넘어서는 과감한 조치였다. 비슷한 시기에 ECB도 무제한 국채매입의 의지를 보였고, 독일 헌법재판소에서 ESM에 대한 조건부 합헌을 결정했다. 한편으로 국제적인 공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유럽과 미국의 큰 차이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상 다른 국가의 연합인 유로존에서는 이제야 비전통적 조치가 시도되고, 유로안정화기구에 대한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을 따름인 것이다. 정치적인 문제의 해결이 얼마나 어려운지 생각해보게 된다.
미국은 4분기 고용지표가 늘 개선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더 늦으면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양적완화 이후 시장에 효과가 나타나는데 대략 6개월의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으로 미루어 지금이 시기적으로 이상적이었다는 평. 또한 개인적으로는 Obama 대통령을 지원하는 Bernanke의 입장도 고려되었으리라 추측한다.
이번 조치에서 중요한 대목은 앞으로의 정책 방향에 대한 Bernanke의 발언이다.
"To support continued progress toward maximum employment and price stability, the Committee expects that a highly accommodative stance of monetary policy will remain appropriate for a considerable time after the economic recovery strengthens."
Krugman은 목표하는 인플레이션 수치, 명목 GDP나 실업률 지표 등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considerable time after the economic recovery strengthens."라고만 말하는 모호함은 반대파들에게 소지를 제공할 수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Financial Times에 실린 바가 있듯이, QE3 이후에 BER 등에 상승의 움직임이 있고, 이러한 기대 인플레이션 효과는 지난 QE1,2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이에 대하여 Krugman은 기대 인플레이션이야말로 QE3의 목적이라며 이를 옹호하고 있다.
몇몇 기사를 보면 MBS 금리와 실제 주택대출금리 간격이 벌어지고 있다며 QE3의 실효성을 의심하는데, 솔직히 저런 움직임은 양적완화 초기에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다. 정책의 성패는 이렇게 단기간에 평가할 수 있는게 아니지.
이번 QE3 조치는 이전의 양적완화와는 달리, 주택시장에 집중되어 있고, 지금의 주가도, 주택 경기도 이전에 비하여 양호하다. IT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여 불과 몇년 전 핸드폰을 싸구려로 만들어버리는 것과는 달리, 주택이라는 자산은 아주 고가이면서, 그 생명력이 길고, 삶에 직접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주택의 구입은 시중 금리와 연관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여전히 미국 주택시장은 위축되어 있지만, 바닥을 다지고 회복되는 국면에 있다. 지금의 시점에서 QE3가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 핵심적인 이유가 이것이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각종 부작용이다. 미국의 경기가 나쁘지 않다는 것은 주식시장에서도, 상품시장에서도 확인된다. 그리고 QE3는 이 모든 가격을 부풀릴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Marc Faber 등의 비관론자들은 양적완화가 유발하는 인플레이션이 양극화를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비판한다. 가능한 일이다. 특히 석유와 같이 경기와 깊은 상관관계를 지닌 상품 가격의 폭등은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어쨌든 미국, 유럽에서 화폐가 풀리고 있고, 엔고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도 곧 양적완화를 시행한다고 한다. 그리고 9월 한국은행은 예상을 뒤엎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4분기와 내년에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인하를 감행할 여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이미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더 낮은 현 상황은 국제적인 금리기조에 민감한 우리나라의 특성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은이 그만큼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었음을 반영하기도 한다. 작년 4분기 중국이 물가압력을 줄이고자 금리를 인상할 때, 금리를 동결했던 후폭풍을 맞고 있다는 몇몇 분석이 설득력있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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