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0일 월요일
애니웨이 굿나잇
1. 지난 주에 공중보건의 체육대회가 있었다. 경기도 농구팀 대표로 출전했는데, 농구 인생에서 처음으로 혼자서 모두를 이끌어야 했다. 개인적으로 큰 경험이 되었고, 팀원들과 소중한 추억을 쌓았다. 체육대회 우승 따위는 사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살아있는 기분을 느낀다.
2-1. 한 후배가 인상깊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가족이 겪은 황당한 범죄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알고보니 범인들이 고아원 출신의 불우한 아이들이었다. 범인들의 정체를 듣고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이 사회의 피해자들이네."이었고, 다른 후배는 "원래 나쁜 아이들일 거에요."라고 답했다.
2-2. 범죄 성향이 타고나는 것인가 환경탓인가 하는 문제는 오랫동안 논란이 되고 있고, 연구되고 있다. 그리고 아마도, 최근의 연구결과들은 점점 유전적 요소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그 아이들이 부잣집에서 태어났더라도 저런 범죄를 저질렀을까?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보다 우아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살았을거다. 여전히 범죄를 저지른다면 아마도 횡령이나 배임 정도를 하지 않았을까? 범죄에도 계급이 있다는 말은 참말이다.
3. 엊그제는 그 유명한 파워블로거의 역학연구소를 방문했다. 나는 소의 관상에, 이재(理財)에 밝고, 사회성과 정치성이 좋으며, 사람보는 눈이 아주 정확하다고 한다. 치과의사는 그다지 적성에 맞지 않고, 몸에 금(金)이 많으니 헬스는 그다지 좋지 않다. 연애를 잘 못한다니까 웃기지 말라고 하더라. 음. 헬스를 계속 하고 싶다는 점만 빼면 대충 수긍은 간다. 아, 나보고 정치인을 하라던데, 그건 정말 싫다고.
4. 대전의 모교에 잠시 들렀는데, 우연히 그날 밤 재미있는 록 페스티발이 개최되고 있었다. 서남표 총장의 퇴진을 위하여 개최되는 공연이라고 하니 재미있고, 무엇보다 공연의 제목이 '애니웨이 굿나잇 클럽'인데 이에 얽힌 사연이 아주 귀엽다.
과거 서남표 총장이 학생들과의 대담에 참가하겠다고 말하고는, 당일에 취소하고 대담에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 때 총장이 보낸 참가 취소 메일의 마지막 인사말이 바로 '애니웨이 굿나잇'이었다고.
나는 러플린 시절에 졸업을 했기 때문에 서남표 총장의 개혁을 직접 경험한 적이 없고, 친구들과 각종 사회인사들의 의견들도 제각기 다르고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논의와 무관하게, 저 록 페스티발은 (죽이는 제목과 더불어서) 권위에 저항하는 정신이 담겨있는, 너무나 매력적인 것이다. 내가 나의 모교를, 그곳의 찌질한 공부벌레들을 사랑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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