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3일 일요일
결혼
아버님 생신에 형이 여자친구를 데려왔다. 양가 상견례도 마쳤고, 둘이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형 여자친구가 온다고 하니, 유난히 어머니가 화장하랴 요리하랴 바쁘셨다. 덕분에 식사도 맛있게 하고, 웨딩촬영 이야기와 연관되어 어릴적 사진들이 담긴 앨범도 다 함께 보았다.
평생을 함께 살아간다는 건 굉장한 일이다. 더구나 부부관계란 대단히 특별해서, 성인의 인생에서 형제나 부모보다 삶에 복잡한 영향을 주고 받는다. 어떤 이는 결혼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선택 중 하나로 꼽는다. '대학, 직장, 결혼'이 그 세 가지라고 하는데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가장 즐겨찾는 blogger인 Hubris님은 많은 면에서 논리적이고 깊이있는 견해를 보여주시지만, '결혼에선 의외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견해에는 개인적으로 의문을 가진다. 이런 남자(여자)가 저런 여자(남자)를 만나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것이 두 남녀의 가치가 등가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는 결코 두 남녀의 '가치'를 정량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의 다양한 가치(재력, 외모, 성격 등)를 무의식 중에 평가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이는 가치판단의 영역으로서, 정량(quantitative)보다는 정성(qualitative) 과정에 가깝다. 게다가 관계가 쌓여감에 따라 형성되는 둘 만의 스토리, 감정의 공유와 삶의 공유는 다른 외적 가치보다 남녀사이에 미치는 영향력이 결코 작지 않다.
그렇기에 나는 남녀간의 결혼에는 수많은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한 사람의 인생에서 세 가지 선택 가운데 가장 인간적인 영역으로서, 그의 삶을 신비롭게 변화시키는 선택이 바로 결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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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한 때 들소라 불리던 사람의 글이라기에 엄청난데ㅋㅋㅋ둘 만의 스토리, 공유의 영향력이 엄청나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해.
원영/ 나름 합리적인 견해라고 생각한다 ㅋ
4년전쯤인가,
규연이랑 셋이 만났을 때 너가 시계를 빗대어 했던 말 기억나냐? ㅎㅎ
그 때로 부터 어떤 가지관의 변화를 겪은 것인가?
dantein/ 하하 뭐지;; 기억이 안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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