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경제학
- 천진(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연구원) 지음/최지희 옮김
지난주에 결국 11월 강의도 개설이 되지 않으면서 학원 강의가 미뤄졌다. 교재 집필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점점 집중력이 떨어지고, 반대급부로 생산적인 일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 공부 말이다. 그래서 12월까지는 독서를 열심히 해보기로 결심했다.
대학원 생활 대부분을 철학 저서와 함께 했지만, 요즘의 관심사는 역시 경제와 금융이다. 제대로 된 경제 독서는 로버트 하일브로너의 '세속의 철학자들'과 네이버 캐스트 교양경제학이 전부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사실 상당히 많은 소득이 있었다.
11월에는 저명한 경제학자들의 대표저서를 골라 읽어보고 싶었다. 일단 크루그먼의 '불황의 경제학'과 루비니의 '위기의 경제학', 그리고 이 책을 구입했다. 사실은 스티글리츠의 저서 중에 고르고 싶었는데 조금 충동적인 구매였고 1/3가량 읽은 지금, 결정에 대단히 만족한다.
책은 하버드의 경제학과 교수인 맨큐, 서먼스, 팰드스타인 등의 경제학강의를 정리하고 재구성한 것이다. 위에 언급한 저서들 가운데 이미 읽은 크루그먼의 것과 비교하자면, 이 책은 보다 폭넓은 내용을 다루는 대신, 여러 주제로 엮인만큼 조금은 피상적이다. 크루그먼의 것은 일반대중도 성인이라면 어느정도 이해하기 쉬운 것에 반해 이것은 좀 더 어렵다. 무엇보다 이 책의 큰 매력은 다양한 이슈에 대한 대가들의 각기 다른 견해를 한꺼번에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2011년에 집필된 만큼, 최근의 다변하는 세계경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포함된 점도 장점이다. 개인적으로 '불황의 경제학'은 2008년도 금융위기의 발발시점까지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맨큐의 '경제학원론' 강의를 보면 얼마전 포스팅한 '버핏세'와 관련하여 이해를 풍부히 해줄 내용이 있다. 최근의 미국은 투자와 소비가 감소하여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많았는데, 이로 인해 공급주의 경제정책이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이는 신자유주의 전반에 걸친 비판으로 확산되었고, 우리나라도 이 영향 하에 이번에 소득세에 대한 논의가 고개를 든 것이다.
여기서 맨큐는 양극화의 심화에 대해 네 가지의 원인을 들고 있다.
1) 산업화로 인해 일반노동자보다 기술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여 임금격차가 심화
2)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면서 고소득 부부의 가계 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함
3)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의 증가
4) 세계화로 인한 슈퍼스타 독점 효과 증가
또한 소득세율의 인상이 생산성 저하로 실제 세수는 오히려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소득세율과 노동시간의 역(逆) 상관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제시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소득세율과 노동시간의 관계는 의구심을 가진다. 이보다 환경, 문화, 사회적 영향을 보다 크게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또한 노동시장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야하고, 충분한 대체재(더 짧은 노동시간의 고용 기업)가 존재해야만 할텐데 이 점도 의문이다. 가령 베트남은 개발도상국이지만 무더운 날씨로 인해 점심식사 시간을 2시간 가진다. 또 실제로 근무시간은 강력한 노조가 없는 한, 증가하는 것이 감소하는 것보다 쉽다.
나는 서울에 강남/강북이라는 경계가 점점 선명해지는 과정 속에서 성장했다. 어린 시절에는 상상도 못할 차이를 요즈음 발견하며 신기하다. 특히 의식주 가운데 주(住)야말로 양극화의 꽃;;인데, 내가 돈을 잘 번다고 해도 혼자만의 힘으로 강남에 속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진짜 심각한 문제점이다. 여기에는 계급의 고착과 중산층 이하의 좌절, 그리고 시한폭탄과 같은 가계부채가 있다.
아무튼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소득세 구간은 바뀌지 않았고, 변화에 맞추어 재정비할 필요가 있어보이는데 이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주식 좀 잘되었으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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