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5일 일요일

법인세 이슈와 잡담



1. 1년 가까이 '김광진의 경제포커스'를 열심히 챙겨들었다. 올 초에 봄 개편으로 이 프로가 폐지된 뒤로는 한동안 경제 관련 라디오를 듣지 못했는데, 최근에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듣기 시작했다. 차를 운전하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오며가며 허비하는 시간을 많이 채워준다.

 얼마 전 방송에서는 법인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근거가 잘 정리되어 이를 정리해본다. 1981년도 핀란드 법인세는 61.5%, 독일 60%, 일본 54.3% 등 전세계적으로 높았다. 80년대 이후 오늘날이 이르기까지 법인세가 1/3 수준으로 감소되었다. 원인은 두 가지다. 금융자유화와 세계화. 둘은 서로를 되먹임하며 국가 간에 법인세 인하 경쟁을 일으켰다.
 개발도상국들이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법인세율을 낮추고, 경쟁국들이 이를 좇았다. 선진국들 역시 개발도상국들의 법인세 인하가 이해에 맞았기에 정책적으로 지지했고, 경쟁이 더해가면서 법인세 인하기조를 함께했다.

 우리나라의 법인세도 80년대 초에는 50%를 넘었다. 우리나라의 법인세가 오늘날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우리나라의 법인세는 OECD 평균 세율보다 낮다. 게다가 OECD 가운데 우리가 추격해야만 하는 선진국들, 특히 G7은 우리나라보다 법인세가 월등히 높다. 우리나라보다 법인세가 낮은 OECD 가입국들은 슬로바키아, 체코 등 동유럽에서 뒤늦게 체제 전환을 한 나라들이다. 최근 경제가 안좋다며 법인세를 낮춘 일본도 25% 이상으로 우리보다 높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각종 공제를 많이 받아서 법인세의 실효 세율이 엄청나게 낮아진다. 삼성전자가 실제로 내는 법인세가 10~15%이다. 명목세율이 24.2%인 것과 비교하면 공제가 지나치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는 이들의 방어논리 가운데 대표적인 주장이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이다.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가 OECD 평균보다 상당히 높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법인들은 이미 충분히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고 그들은 말한다.
 하지만 이는 통계를 그릇되게 인용한 것이다. 우선 GDP보다는 GNP나 GNI와 법인세를 비교하는 것이 옳다. GDP는 외국자본이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것도 포함되며,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가치는 포함이 안된다.
 또한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법인에 대한 조세율이 낮은데도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이 높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법인들이 막대한 소득을 거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이 통계 결과는 우리나라 경제에서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우리나라의 기업/가계 양극화가 얼마나 심각한 지경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통계 자료를 기업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서 잘못된 해석을 붙여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2. 존 듀이의 책 두 권을 모두 읽었다. 철학에 관련된 포스팅은 철학의 발전과정에 맞춰서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참 쓸데없는 생각인 거 같다. 하하. 곧 듀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봐야지. 책 욕심에 5권의 책을 추가 주문했다.
 읽어야만 하는 책들이 많다. 열심히 살자.

국가란 무엇인가/유시민 저/돌베게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말콤 글래드웰 저/김태훈 역/김영사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폴 크루그먼 저/박세연 역/엘도라도
촘스키, 세상의 권력을 말하다1,2/데이비드 바사미언 인터뷰/김용민 삽화, 강주헌 역/시대의창


3. 개업에 대한 고민이 많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 뭐 아직 본격적으로 준비한 게 없기는 하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아, 사진의 보쌈은 압구정역 근처 '춘천막국수'. 유명하다던데 괜찮더라!

2013년 8월 14일 수요일

유익한 블로그들과 통일세



1. 최근 우리나라 세제의 문제점에 대해서 파워블로거이자 트위터리안인 indiz님의 아주 좋은 포스팅이 있었다. 링크하자.
 개인적으로 요즘의 정치, 경제 현황이나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 가장 큰 도움을 얻고있는 블로거를 두 명 꼽자면 Hubris님과 indiz님 두 분을 꼽을 수 있다. 외국에는 유료로 운영되는 블로그도 있다고 들었는데, 이 정도의 글들을 공짜로 접할 수 있는 건 큰 행운이다.
 두 분을 굳이 비교하자면, Hubris님은 좀 더 다듬어지고 논리정연한 글들이 많고, indiz님은 굉장히 재기발랄하고 신선한 시각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두 분 모두 글들이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고 아주 재미있다.

 두 분 중 Hubris님의 블로그를 더 먼저 접했다. 주소는 www.seoul.blogspot.com
 그 때가 2년 전 병원선에서 근무할 때였다. 내가 이제 막 경제관련 서적들을 읽어나가던 시기였는데, 그간 몰랐던 새로운 시각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다. 병원선에서 하루종일 블로그 글들을 역주행했던 기억이 난다.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트레이더이신데, 요즘은 전보다 금융권 이슈에 대한 포스팅이 늘었지만 다른 주제에 관해서도 재미있는 글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Hubris님은 삶의 수양적인 측면이랄까,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고 환경에 대응하는 면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Hubris님의 시각 전반에 공감하는 편이지만, 생각이 조금 달랐던 지점도 있다. 두 가지 정도가 지금 기억이 나는데, 1) 하나는 면접을 보는 인턴사원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였고, 2) 다른 하나는 책에 실렸던 교육 제도에 관한 생각이다.
 음.. 그렇지만 1)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2)도 블로그에서 여러 번 밝힌 바 있어서 또 언급할 필요는 없어보이네. 패스!
 indiz님은 좀 더 나중에 알게 되었다. 주소는 www.blog.naver.com/indizio
 아마도 estima님의 트위터를 통해 처음 알게 된 것 같은데, 블로그에 재미있는 글들이 너무 많았다. 경제부 기자이신 거 같은데, 사회와 경제 전반에 대해 신선한 시각이 많다. 통통 튀는듯한 재기발랄함이 있다. Hubris님의 글들은 searching이 힘든데, 이분은 그렇지 않으니 링크를 조금 하련다.
 나는 특히 기부공제 제도의 부당함에 대한 지적, 출산율 저하에 대한 입장, 어린이도 투표권이 필요하다는 주장, 주주자본주의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글 등에 가장 공감했던 것 같다.
 이 분은 워낙에 논쟁적인 주장도 거침없이 하는 편이라, 위 글들의 경우는 상당히 공감했지만 가끔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화두를 던지는 능력이 참 대단한 거 같다.


2. 문득 기억이 나는데, indiz님의 글 가운데 통일세에 대한 글은 개인적으로 생각이 달랐던 것 같다. 우선 링크한다. 이건 좀 길게 이야기를 해보자.
 음, 이명박 정부 말에 통일세를 걷자는 주장이 불거져 나온 적이 있다. 이와 관련된 indiz님의 주장을 허락없이 조금만 옮겨오려고 한다.

 만일 정부가 통일세로 100조 원을 전국민들로부터 미리 걷는다고 가정하자. 언뜻보면 국민들의 재산이 100조 원 어치 줄어들었다거나 혹은 우리나라 경제가 100조 원만큼 쭈그러들었다고 생각되겠지만, 사실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돈이 줄어들어도 우리나라가 생산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양에는 변화가 없다. 단지, 100조 원 만큼의 돈이 장부상 정부로 흡수되어진 것 뿐이다. 즉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통화가 100조 원만큼 줄어든 것에 불과하다. 100조 원만큼의 디플레이션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마찬가지로, 그 모아둔 100조 원을 풀기 시작한다고 해서 그 만큼의 없던 가치(시멘트, 인부의 노동)가 생겨나지는 않는다. 다만 100조 원 만큼의 통화가 장부상 생겨날 뿐이고 이는 곧 100조 원만큼의 인플레이션과 마찬가지다.
 즉, 굳이 통일세를 걷는 수고를 하지 않고, 그냥 나중에 통일이 되었을 때 한국은행 인쇄소에서 돈을 찍어다가 뿌려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어떤 방법이던 어차피 인플레이션은 불가피하다. 사실 통념과는 다르게 통일세를 걷었다가 푸는 것 보다, 그냥 한국은행에서 돈을 찍어내서 뿌리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또다른 포스팅에는 이런 글도 있다.

 통일세, 그러니까 한국정부가 발행하는 돈을 한국정부가 모아놓아서 미래의 지출을 대비하자는 것은,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이 "앞으로 리니지 확장판 나오면 아덴이 많이 필요할테니 지금부터 게이머들에게 세금을 부과하자"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발상입니다.

 indiz님의 주장은 결국 '화폐란 국가의 신용일 뿐 가치창출의 수단이 아니다. 정부가 얼마든지 화폐량을 조절할 수 있으므로 통일 전에 저장하는 행위는 의미가 없다.'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 생각에 화폐란 '국가'의 신용이기에, 마음대로 늘리고 줄일 수 없다. 우리는 20세기에 버트런드 러셀이 꿈꾸던 '세계 정부' 속에 살고 있지 않다. 제대로 된 의미의 '세계은행'도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에는 수없이 많은 나라들이 각기 다른 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엔씨소프트가 아니고 원화도 아덴이 아닌 것이다. 또한 엔씨소프트는 정부와 은행이 한 몸인 일체형이지만, 우리 자본주의는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국정부와 한국은행은 엄밀히 다르다. 정부는 은행처럼 무한정 돈을 찍어낼 수 없다.

 국가가 시장에 참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재정정책, 다른 하나는 통화정책이다.
 이 중 한국은행이 통화를 늘리는 방법은 공개시장조작, 법정지불준비율 정책, 재할인율 정책 등이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사실상 장부상의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같은 화폐가치가 통화정책의 효과로 발생할 뿐이다.
 반면 정부의 재정정책은 조세와 재정지출로 나뉘는데, 둘 모두 화폐가치의 변화 뿐만 아니라 장부상의 변화를 일으킨다. 가령 재정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정부의 적자가 쌓이게 되고 정부는 신용을 의심받는다.
 정부는 자국 돈이라고 해서 함부로 사용해 빚을 지면 곤란해진다. 정부의 국채를 자국민들만 사는 것도 아니고, 자국민이라고 해서 국채를 마음대로 탕감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경제란 '신용'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신용이란 게  참 애매해서, 어쩔 때는 기괴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가령 유럽위기 당시의 그리스는 빚 따위는 디폴트(default)해버리겠다고 주변국들을 협박하기도 했다. 별 문제없던 나라를 외국인들이 갑자기 의심해서 경제위기로 몰아넣기도 한다. 97년도에 우리나라도 그런 식으로 금융위기를 겪기도 했다.

 통일이 이루어지면 아마도 외국인의 자본 이탈과 한은의 팽창정책이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다. 팽창정책은 앞서 언급한 여러가지 통화정책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마도 정부는 재정지출을 대폭 확대하여 아주 공격적으로 다양한 사업에 참여하고,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다.
 통화정책은 일반적으로 느리게 반영되고, 예측불가능성이 크다. 반면 정부의 재정정책은 일단 계획이 수립되면 즉각적이고, 보다 통제가능하다.
 정부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북 사람들에게 복지를 제공하기도 하고, 특별 고용을 유도하여 이들을 자본주의에 걸맞게 재교육시키고, 이북에 기반시설을 확충해야만 한다. 이러한 통제된 지출은 정부의 주도없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만으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 결과 정부는 막대한 적자를 짊어지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통일세는 필요하다. 이것이 과거 독일의 경우처럼 통일이 이루어진 이후에 이뤄져도 되는지, 미리부터 통일 예산을 배정해서 축적해야 하는지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과 정부는 분명히 다르고, 정부의 적자는 대단히 특수한 경우 외에는 결국 갚아야만 한다.

 내 생각에 indiz님은 국가 간의 신용, 정부/은행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실수를 한 것 같다. 음. 아무튼 내 생각은 이렇다.


3. 매일 꿀을 빠는(?) 공중보건의 생활도 벌써 끝이 보인다. 내년 4월까지니까 8개월이 남았구나. 초기에는 지긋지긋하던 병원에서 해방되서, 마음껏 내 삶을 설계하리라 다짐했었다. 그러다가 나도 알고보니 자기통제력이 부족하구나 깨닫기도 하고, 좋은 시스템에 속했을 때 삶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는 점을 배우기도 했다. 첫 해에는 병원선을 탔고, 나머지 두 해는 경기도 가평에서 보내고 있다. 시간이 많을 때 할 수 있는 것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회가 될 때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눠보려 했다.
 Hubris님이 책을 출간했을 때는 강연회에 참석했다. 뒤풀이 때 치킨도 얻어먹었다. 직접 본 Hubris님은 날씬하고 단단해보이는, 글에서 느껴지는 그대로의 분이었다. indiz님도 직접 보고 싶었는데 아직은 인연이 없었다. 이따금 블로그에 '번개 모집'이란 글이 올라오던데 계속 타이밍이 안맞더라. 다른 좋은 블로그도 많다. 전에 언급한 적이 있는 역술인 블로그도 있고(이 분도 실제로 만나봤다), 요리 블로그도, 최근에 발견한 변호사님 블로그도 재미있다. 요즘에는 대학 후배가 신혼생활과 각종 여행일기를 블로그에 올려서 네이버 메인에 뜨기도 하더라. 아, 고등학교 동창 여자애는 트위터 등에서 꽤나 유명인사가 되어 있더라. 나랑 같은 써클이었는데.. 아무튼 재미난 세상이다. 내 블로그는 점점 사양의 길로.. 흑..

p.s : 사진은 아띠제의 브런치 메뉴. 아띠제가 의외로 요리들도 괜찮다. 브런치보다는 샌드위치가 가격 대 성능비가 좋은 것 같더라.

(본글에 indiz님이 답변을 달아주셨다. 음, 독일처럼 통일 후에 통일세를 추가로 걷고 팽창정책을 쓰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지 않나 생각되네. 재정건전성도 중요하지만, 통일 자체가 예측불가능한 것인데 이를 굳이 세금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도 든다.)

2013년 8월 13일 화요일

짧은 글 토막


 날씨가 굉장히 무덥다. 햇빛도 강렬한데 무엇보다 습해서 숨이 막힐 정도다. 난 더위를 굉장히 많이 타고, 땀도 많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주 걷던 예전에는 여름엔 하루 이상 옷을 입을 수가 없었다. 매일같이 옷이 땀에 흠뻑 젖었기 때문에.. 자동차 덕분에 그래도 전보다 편안하게 다니는 것 같다. 차가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

1. 정치권에 여러가지 문제가 많았고, 무엇보다 최근 세제개편안으로 시끄럽다. 하지만 그 전에도 중요한 사건이 비교적 조용하게 지나갔으니, 그게 바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법 개정안이다. 6월 중순에 나왔던 관련 기사 중 하나를 링크한다.
 본래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이 대폭 축소되었다. 본래 재벌이 하는 모든 계열사와의 거래에 있어서 적용되었던 법이, 재계와 여당 몇몇 의원들의 반발로 인해 총수 일가나 총수 일가가 일정 이상의 지분을 가진 계열사가 포함된 경우에만 해당되게끔 바뀐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친인척 명의로 총수가 계열사를 만들거나 하면 규제에서 빠져나갈 수 있으며, 일정 이상의 지분이라는 것도 제대로 된 기준을 설정하기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그 뿐이 아니라, 몇몇 예외 조항까지 만들어졌다. 효율성, 긴급성, 보완성 등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되는 경우를 예외로 인정하겠다는데, 대체 효율성, 긴급성, 보완성을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모호해 보인다. 결과적으로 재계가 책임을 피해가기 아주 쉬워진게 아닐까.

2. 외국자본에 취약한 우리나라의 금융시장 구조에 대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외환시장은 그 규모가 작아서 거래가 몰릴 경우에는 거래처리가 굉장히 지연된다고 한다. 그래서 원화를 팔려고 기다리던 중에 이미 원화가격이 추가로 하락하여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고. 결과적으로 외국인들이 늦으면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있어서 외국인의 수급이 오버슈팅(overshooting)되는 경향이 생긴다.
 시장의 규모나 개방성 등은 조정이 쉽지 않을거다. 외환시장을 좀 더 효율화해서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이 가진 문제점을 개선할 수는 없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교양 수준의 경제학 지식을 쌓아왔고, 요즘은 시간나는 틈틈히 수식과 그래프로 이루어진 내용도 공부하려고 한다. 살면서 나름대로 이것저것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쌓아왔다. 하지만 각 분야의 종사자들만큼 전문성을 가지기는 힘든 것 같다. 어떤 분야는 타고난 재능이 모라자고, 어떤 분야는 투자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또 어떤 분야는 그 현장성때문에 관련종사자가 아니고선 따라갈 수가 없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의 경우에도 그 큰 그림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법으로 짜여져 적용이 될 때 어떤 결과를 낳을지, 세세한 항목에 있어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참 어렵다. 최근의 개정안 역시 '후퇴'로 보는 시선 못지않게, '현실화'로 지지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외환시장의 규모에 대한 이야기도 그렇다. 내가 직접 외환시장에 종사하지 않고서 저러한 디테일한 사실을 깨닫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의 직업이 중요하다고들 하나보다. 내 직업은 나의 경험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직업이 내가 경험할 수 있는 세계를 규정짓고, 이후의 나를 형성해갈 것이다. 점점 내 직업이 가진 경험의 한계에 갇혀버릴 것 같아서 조금 걱정이 될 때가 있다. 아직은 벗어나려고 바둥거리고 있는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p.s : 사진은 학동사거리에 있는 베트남식 음식점 '라우라우'의 월남쌈. 지금껏 먹어본 월남쌈 중에 최고였다.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많고, 맛도 있고. 경험하지 않고선 이 맛을 알 수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