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플라톤이 말하는 사랑은 플라톤의 후기 작품 '향연(響宴)'에서 이야기되는데, 플라톤 철학의 정수(精髓)라 할 만하다.
소크라테스의 입을 통해서 전달되는 바에 따르면, 에로스(eros)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생일 축하연을 계기로 태어났기 때문에, 본성상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는 자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에로스는 포로스(방책의 신)와 페니아(결핍의 여신)의 아들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아름다움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궁리하는 결핍된 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에로스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아름답지도, 현명하지도 않다. 허나, 추하고 어리석은 것과도 또한 다르다. 아름답고 현명하다면 이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고, 추하고 어리석다면 이를 추구할 줄도 모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사랑스러운 것(idea)은 정말로 아름답고 부드럽고 완벽한 것이나, 사랑한다는 것(eros)은 그와는 다르다. 사랑받는 이보다 사랑하는 이가 연애의 패배자가 되는 인간의 본성도 이러한 에로스와 이데아의 성격으로부터 설명될 수 있겠다.
2. 작가 중에 파트리크 쥐스킨트를 무척 좋아한다. 그의 작품이 많지는 않지만, 모두 읽었다. 처음 읽은 건 '좀머씨 이야기'였고, '깊이에의 강요'도 무척 좋았다. '향수'는 별로였고. 무엇보다 에세이 '사랑을 생각하다'를 자주 읽었다. 아주 아름다운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에세이에서 작가는 사랑을 사색하다가, 사랑과 죽음의 관계로 논의를 연장하며 오르페우스의 신화를 이야기한다.
오르페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뛰어난 하프 연주자인데, 죽은 연인 에우리디케를 구하기 위해 죽음의 강을 건너 하데스를 찾아간다. 하프 연주로 지옥을 감동시킨 오르페우스는 연인을 데리고 지상을 향하지만, 절대 연인을 향해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경고를 어겨서 죽음을 극복하려던 둘의 사랑은 실패로 끝난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와 헬무트 디틀이 공동 작업한 시나리오 '사랑의 추구와 발견'은 이러한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신화에 대한 현대판 오마쥬이다. 작곡가 미미와 가수 지망생 비너스의 위대한 사랑이 현대적으로 오르페우스 신화를 재현한다.
예술은 사람의 영혼과 감정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지만 이를 생물학적 시선에서 바라보면 우습기도 하다. 유전자에 적힌대로, 호르몬의 흐름대로, 뇌의 전기적 신호에 따라 살아가는 삶을 한편에선 위대한 사랑이라고도 말하고, 한편에선 질병과 같은 것이라 말한다. 낭만이란 본능이 생각을 속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어수단같기도 하다. 어쨌든 본능을 부정하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 낭만의 이면을 바라본다는 게 늘 달가운 일은 아닌 셈이다.
시나리오의 결말이 말하듯이 사랑은 젊고, 그렇기에 짧다. 사랑을 보다 지속적인 감정과 결합시키는 법을 찾고 있다.
댓글 2개:
잘 읽고 갑니다.
Sangl Yun/ 방문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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