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카페를 다니게 된 것은 국시 공부를 할 때 도서관이 싫어서 카페에서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은 다음부터이다. 그 뒤로는 카페에 죽치고 앉아서 책을 읽는 된장남이 되버렸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목적으로 방문하는 카페는 거의 스타벅스로 고정되어있다. 무엇보다도 무선인터넷이 가장 잘 터지고, 소파가 편안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가 성공한 데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그 이유는 언제까지고 앉아서 쉴 수 있는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점에서 비슷한 외국 프렌차이즈인 커피빈과 구별되는데, 커피의 맛이나, 메뉴의 수준은 커피빈이 한 수 위(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이지만 커피빈은 결정적으로 딱딱하고 좁은 의자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도 안되고, 콘센트도 없다!우리나라 사람들은 사교활동의 장소로서 카페를 이용하는 것이지, 커피만을 위해서 카페를 찾지는 않는다.
2.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도 커피 산업과 마찬가지로 몇가지 주요한 점에서 미국과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사전분양제도를 지니고 있다. 건축사는 주택을 건설하기 전에 미리 분양 신청을 받아서 손쉽게 자본금을 확충할 수 있다. 이는 일종의 레버리지로서 건설 산업의 유동성을 풍부하게 해주지만, 그만큼 손쉽게 부동산 시장에 거품을 키울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이 상승기일 때, 너도나도 사전분양시장에 참여하여 부동산 시장의 호황을 가속화했고, 결과적으로 가격이 한계에 다다른 이후에 공급량 초과로 인한 건설사의 대량 부실사태를 낳았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전세 제도도 부동산 시장의 과열에 일조했다. 집이 있는 사람들은 전세를 내주고 목돈을 마련하여 집을 구입했다. 부동산 시장의 상승기에 이는 수지가 맞는 장사였지만, 레버리지의 결과로 증가한 부채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지금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출금은 100% 상환되어야만 한다. 미국에서 모기지 대출을 받은 가정이 대출을 상환할 수 없게 되면, 은행은 주택을 압류하고 남은 대출을 포기해야만 한다. 이러한 제도는 미국의 서민들에게 대출에 대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가져왔고, 서브프라임 위기 당시 빠르게 은행권의 재정을 악화시켰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출한 금액의 상환을 손쉽게 포기(default)할 수 없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심각한 연쇄 반응을 일으킬 위험성은 적다.
하지만 이는 결국 부동산 시장의 디레버리징(deleveraging) 과정이 서민의 삶에 장기적인 위축(recession)을 가져올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가계부채가 은행권에 전이되면 금융시장의 심각한 위기를 불러올 수 있으나, 미국이 위기 동안에 시도한 바 있는 공적 자금 투입과 같은 방법을 동원할 수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결코 이와 같은 방식으로 해결될 수가 없다.결국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1000조는 1) 부동산 가격이 재상승하거나, 2) 가계소득이 증가해야만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둘 모두 당장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작년부터 적극적인 대출 규제에 나서고 있고, 세계 경제 위기로 불확실성이 증가된 상황이다. 게다가 전에도 밝혔듯이,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은 여전히 너무 비싸다.
결론적으로 아직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묘하게도, 부동산 시장의 위축은 부유층보단 서민에게 더욱 큰 위협이 된다. 부동산 매매의 시장이 침체되면, 자연히 전세시장이 과열되고, 이는 월세값의 상승과 중소형 아파트의 매매가 상승을 낳는다. 근본적으로 부동산 시장은 아무리 위축되어도 일정 수준의 수요가 존재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서민의 가계대출을 늘리는 악순환을 낳을지도 모른다.
부동산 경기에 대해서도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한다. 낙관론은 중대형 아파트의 매수 시기가 지금이라 말하기도 한다. 부동산 시장이 앞으로 얼마나 더 조정기를 가질지, 지금이 바닥일지, 더 심각한 폭락이 발생하진 않을지 나는 알 수 없다.
허나, 올해의 세계 경제 상황과 가계부채 수준을 고려해볼 때, 1) 최악의 경우에 심각한 경제 위기가 찾아오면, 가계의 부실화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hard landing)할 가능성이 있다. 2) 세계 경제 상황이 안정되더라도, 금리를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이미 취약한 가계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나로서는 지금 당장 부동산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목돈이 있다고 해도, 적어도 금리 인상 타이밍까지는 보수적으로 시장을 지켜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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