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2일 화요일

한미 FTA


1. 어차피 FTA비준처리를 이제와서 전부 철회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정부가 미국과 재협상을 한 뒤, 미국 의회에서 비준안이 처리되는 순간부터 배는 떠나갔다고 봐야 옳다. 뒤늦게 결사항쟁을 부르짖어 야당 통합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끌고, 이명박과 여당에게 선(先) 비준 후(後) ISD 재협상 카드(비록 실효성은 의문이었으나)까지 받아냈을 때 합의를 봤으면 그래도 나았을 것이다.

 오늘의 강행 처리로 야당은 총선 승리의 가능성을 높였다 좋아할지도 모르겠지만, 나같이 그들이 한나라당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회의감을 느낀 사람도 조금은 있을거다. 재당선에 적색 신호가 켜진 오바마와 이 정도 결과 밖에 이끌어내지 못한 이명박도 무능하지만, 의회 민주주의를 저버리면서도 막상 FTA 관련하여 아무런 이득도 건져내지 못한 야당도 한심한 족속들이다.

2. FTA가 과연 해당국에 득이 되는가, 해가 되는가 하는 문제는 지금도 전세계적인 논쟁거리이다. 미국에서도 여전히 주류 경제학계조차 공통의 컨센서스를 가지지 못한 안에 대해서 분명한 결론을 도출해내는 것은 녹록치 않은 일이다.
 다만, 대한민국은 수출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미 수많은 국가들과 FTA를 체결해왔다. 이미 미국 못지않은 거대시장인 EU와 FTA가 체결되었고 내년 초에는 중국과 FTA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교역규모는 미국의 두배에 달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어차피 미국과의 FTA는 빠르든 늦든 체결될 사안이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해보면 무역을 통해 이득을 보는 소비자들은 세력화 되어있지 않은 반면, 손해를 보는 판매자들은 특정 산업과 연관되어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그렇기에 자연히 반대여론이 긍정여론보다 강렬하기 마련이다. 또한 아직까지 국민들이 경제문제에 대해 상당히 무지하다. 수출기업은 이득, 내수기업은 손해라는 발상은 지나치게 일차원적으로 무역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하지만 유독 미국과의 FTA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반응이 지나치게 맹렬하다. 왜 한미 FTA에 대해서만 거품을 무는 사람들이 넘쳐나는걸까? 나는 왜곡된 정보를 퍼뜨리고 비생산적인 갈등을 조장하는 세력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감히 생각한다.
 가령 레칫 조항을 예로 들어보자. 이는 한마디로 '한번 개방하면 쉽게 못닫는다.'라는 조항이다. 그런데 한번 열고 쉽게 닫을 수 있으면 제대로 개방이 되겠나? 서로 자국에 유리한 시장만 개방하고, 불리한 시장은 닫으려할테니 제대로 된 무역효과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 이에 관해 웹상에 나도는 만화 등을 다시 한 번 바라보면 얼마나 잘못된 정보가 양산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물론 각 조항은 이중의 함의를 가지고 있다. 가령 ISD는 우리 기업을 위해 이용될 수도 있으나, 미국 기업을 위해 이용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은 ISD 소송을 국제적으로 가장 많이 제기하는 국가이다. 허나 그렇다면 이 조항이 독소조항일까?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게 내가 내릴 수 있는 수준의 결론일 것이다. 미국이 국제재판소에 소송을 건 사례가 가장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패소한 사례가 가장 많기도 하기 때문이다.

 허나 론스타 사건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세계화에 대한 대비가 아직은 부족하다. ISD 조항을 제외시키지 못한 지금은 국제법과 자국의 법규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또 어떻게 하면 외국자본의 투자를 원활히 유치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지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농업, 제약업이 가장 걱정이다.

댓글 5개:

dantein :

아아 댓글 테스트 아아

Spiritz :

dantein/ ㅋㅋ 방가방가

dantein :

좀 뜬금없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난 이 FTA가 미국과의 경제적인 관계에서 국운을 좌우할 만한 큰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FTA의 좋은 기대 효과와 나쁜 기대 효과는 모두 크게 과장되었다. 한-칠레, 한-EU FTA가 발효된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 우리의 국운을 좌우할만한 어떤 효과(좋은쪽으로든 나쁜쪽으로든)가 나타난 적이 있던가? 그런 징후라도 이슈화 된 적이 있던가?

난 이 FTA를 가장 바랬고, 또 이것을 통해 가장 큰 득을 볼 사람들은 국내 시장을 주도하는 재벌들(자본가 라고 쓸까 했는데 너무 이념적으로 보일 소지가 있어보인다)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 물건 잘 팔 수 있어서.. 라고 생각하는건 물론 아니고,

정부가 시장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되는 상징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옛날 박정희에게 쪼인트 까이던 시절 부터 꿈꾸던 일이 이제 거의 실현된 것이다.

dantein :

내 댓글 말투 왜저러냐..

더 자세한 얘기는 다른 곳에 써야겠다.

Spiritz :

그건 단언하기 힘든 것 같다. 국운을 좌우할 효과가 늘 요란하게 나타나는건 아니잖아. 두번째 이야기는 재미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