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2일 화요일
의료민영화
이번 한미FTA로 인해서 의료산업분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웹상에 떠도는 루머와는 달리, 전면적인 의료산업의 민영화와 이번 FTA타결은 거리가 멀다. 허나, 그 가능성이 보다 커진 것은 사실이다.
나는 적어도 치과의사의 입장에서는 의료산업의 민영화에 대한 결론은 어느정도 유추해낸 편이다.
논의를 단순히 하고자,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와 민간보험 이야기는 제외하겠다.
영리병원은 외부 자본의 투자를 받아서 운영되는 병원이다. 영리병원은 당연히 지금의 법인 병원 규모의 대형 병원의 형태를 띨 것이다. 지금까지는 개인병원은 의사 면허를 가진 이만이 오너가 될 수 있었고, 대형 병원들은 잉여 자본은 반드시 재투자를 하게끔 되어있다. 허나 영리병원은 외부 자본을 도입해서 병원을 설립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얻어낸 수익을 외부로 가져가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수익을 향한 강한 인센티브가 구축될 것이다.
가령 100의 비용이 투자된다고 가정하면, 110의 이익을 얻어내야만 투자의 과실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투자 대비 수익을 얻을 수 있어야 투자 병원이 굴러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두 가지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1) 총수요의 증가 2) 동일진료의 비용 증가
그러므로 이러한 면에서 의료산업의 민영화가 (적어도 초기에)국민의 의료비용지출을 증가시키리라는 점은 거의 확실하다.
그렇다면 이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없을까? 이는 역시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 2) 의료서비스산업의 수출
많은 이들이 막연히 의료비용지출의 증가라는 말을 불쾌해 하겠지만, 핸드폰 이용료로 인해 IT산업을 반대할 이는 없을 것이다. 결국 1)은 의료민영화가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고, 이 효용에 의해 의료민영화도 국민에게 좋은 것이 될 수 있다는거다. 더군다나 만약에 '의료서비스산업의 수출'이 성공을 거둔다면, 국가에 부를 안겨줄 수 있는 효자가 될지도 모른다.
이제 내 주관을 밝혀보자면, 개인적으로 치과 분야에 한해서는 의료민영화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의견이다.
그 이유는 '총수요의 증가'와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 두 부분에 의문을 가지기 때문이다. 치과 분야는 수요제한적인 산업이다. 무슨 말이냐면 쉽게 말해서 '썩은 치아는 정해져있다.'는 거다. 환자의 구강병소를 치료하는 것을 치과의사의 주목적으로 보았을 때, 치료의 수요는 투자탄력적이지 않다. 수요의 증가를 이끌 수 있는 분야는 미용관련(교정, 양악수술, 심미치료 등) 분야에 국한되어 있다고 여겨지며, 이 수요가 충분히 탄력적으로 증가된다고 해도, 국민 전체에게 큰 이득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개인적인 가치관이 좀 보수적이라 그리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또한 치과 분야는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많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의 치과의사들은 미국의 일류 치과의사들과 비교해도 진료의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다. 미국이 보다 감염관리에 철저하다는 장점도 존재하지만, 오히려 손기술의 차이로 우리의 수준이 더 높다는 평도 많다. 또한 분야의 특성상, 치과 치료는 많은 부분에서 도재식 방식을 고수하고 있고 진료 방식의 획기적인 진보가 이루어지기 아직은 요원해보인다.
위 두 가지 사실을 고려하면, 우리가 치과 산업의 민영화를 통해 이득을 얻으려면 '의료서비스산업의 수출' 외엔 그 방법이 없는데 이것만으로 치과 산업을 민영화하기에는 그 불확실성과 가능한 피해가 더 많아보인다.
하지만 치과 분야 외 의료 분야는 이와 다를 수 있다. 병원선에서 같이 근무하는 의사형님께 짧게 물어봤을 뿐이지만 다른 의료 분야의 경우, 미국의 영리병원이 풍부한 자본을 바탕으로 다양한 검사법 및 치료법을 도입해서 실제로 좋은 outcome을 거두는 부분도 많다고 한다. 또한 예방 분야는 차세대 의료 산업 분야로 각광받고 있으며, 미용관련 분야와 더불어 아마 가장 투자탄력적인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의료산업의 민영화 역시 그 장단점을 쉽게 판단하고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미국식 의료제도의 문제점이 아주 유명하지만, 반대편 극단에 있는 영국식 의료제도 역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결국은 또다시 정치적인 방식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어지고, 손쉽게 결론내려지는 것이 아닐지 걱정이 되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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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미국식 의료제도의 문제점이 아주 유명하지만, 반대편 극단에 있는 영국식 의료제도 역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라고 했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저러한 상황인식으로부터 도출되는 결론은 좀 아쉽다.
저런 원론적인 얘기는 너의 결론이라고 할 수 없지 않나?
그 전 문단을 결론으로 봐도 되나? 치과민영화는 반대하고 다른부분은 찬성?
dantein/ 치과 분야는 반대, 나머진 의견 보류가 적절하겠다. 위 글이 원론적이라는 건 이해할 수 없군. 본문에서 내가 주안점을 둔 이야기는 '치과'분야의 이야기라네.
그냥 너무 글을 중립적으로 끝내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 ㅋㅋ
더 의견을 확실하게 쓰면 사람들이 낚여서 댓글이 만선이 될 것 같은데.
그나저나 업데이트좀 하시오~
dantein/ 나도 파워 블로거가 되고프다 ㅋㅋ 뭔가 안친한 사람들이 와서 글을 쓰는 분위기가 되면 좋겠는데 갈길이 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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